[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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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금이 중국 국채로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수익률)와 강력한 경제 회복세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들의 역대급 수요가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본다.

◇고금리·경기회복세·통화정책 긍정적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이 외국인들의 중국 국채 투자를 북돋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위안화가 안팎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는데도 통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안화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더 많은 중앙은행과 통화당국들이 위안화를 보유자산으로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특히 위안화 환율이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양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FT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역내 위안화 투자를 늘리면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는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소개했다. 

데니스 사이먼 라자드 자산운용 신흥시장 채권 부문 공동 책임자는 "통화를 국제화하려면 크고 유동성이 좋은 채권시장이 필요한데, 중국이 하고 있는 일이 그렇다"고 말했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화하기 위해 채권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얘기다.

◇위안화 IMF 준비통화 편입이 변곡점

중국은 2016년 위안화가 달러, 유로, 파운드(영국), 엔(일본)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공식 편입되자 위안화 국제화에 더 속도를 냈다. 위안화를 통한 국제 결제·투자 비중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며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2015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다. 인민은행은 그해 여름 갑자기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평가절하에 나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성장둔화 압력이 커지자 위안화 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는 위안화를 비롯한 중국 역내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2015년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5년 새 중국의 경기부양 방식은 크게 바뀌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금리인하로 대응하는 대신 재정부양 의존도를 높이며 금리 수준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했다.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제로(0) 수준 이하로 떨어진 만큼 중국 국채의 투자 매력이 돋보이게 됐다.

FT는 10년 만기 중국 국채 금리가 최근 2.7% 수준인데, 만기가 같은 미국 국채 금리는 0.8%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맥켈 HSBC 신흥시장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 지난 2년간 위안화를 경계했지만, 올해 이들의 태도가 완전히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팬데믹 사태와 정치 리스크(위험), 금리인하 등이 달러에 부담을 주면서 위안화가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캐스파 헨스 블루베이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중국 경제 여건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봤다. 중국은 경제 회복세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력하고, 코로나19 재유행 공포도 없다는 것이다. 

라자드의 사이먼 공동 책임자는 "중국 정책당국이 위안화 환율을 시장이 결정하게 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 여건으로 봐도 2015년 같은 위안화 평가절하는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위안/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위안)[자료=야후파이낸스]
위안/달러 환율 추이(달러당 위안)[자료=야후파이낸스]

◇"위안화 세계 기축통화 부상은 '마라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역내 채권시장에는 6150억위안(약 105조6447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이로써 외국인 보유분이 2조8000억위안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 증시에는 930억위안이 순유입돼 외국인 지분이 1조위안을 넘게 됐다.

특히 중국 역내 위안화는 지난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돋보이는 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대비 가치가 7~9월에 3.7% 올랐다. 통제권 밖에 있는 역외 위안화는 지난 5월 저점에서 7%가량 뛰었다.

UBS 자산운용의 최신 연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담당자들은 무역전쟁, 글로벌 성장둔화를 최대 걱정거리로 꼽았다. 주목할 건 그 다음인데,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 대신 미국의 정치·사회 불안 위험에 무게가 실렸다. 

아울러 이들은 향후 10년간의 위안화 보유 비중 목표로 10%를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인 것이다. IMF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의 위안화 보유 비중은 현재 2%가 조금 넘는다.

맥스 카스텔리 UBS 자산운용 국가기관 전략 부문 책임자는 "보유외환 운용자에겐 수익률이 관건"이라며 "중국 채권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화는 다른 나라 통화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태환성이 아직 부족하고, 달러의 지배력이 굳건하다는 점에서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IMF에 따르면 달러가 전 세계 보유외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카스텔리는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부상하는 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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