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통화 정책을 급선회하고 있다. 금리 정상화를 외치던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세계 경제가 예상하지 못한 침체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양으로 정책 유턴을 실행하는 것이다.
미국은 2월 고용 충격으로 당분간 금리 인상을 더욱 인내할 모양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CBS 방송이 방영한 '60분'과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2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예상치 16만명을 크게 밑돈 것은 물론 1월 31만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방정부의 셧다운 여파도 있지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기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라는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츠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지난해 점진적 금융긴축을 시도했지만 예상보다 더 많이 조였다"며 이로 인해 연초부터 미국 성장이 급강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는 금리인상 중단의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역시 마이너스 금리를 동결하고 금리 인상시점도 내년으로 미루며 새로운 대출프로그램까지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을 늦추고 새로운 대출프로그램까지 내놓은 것은 그만큼 유럽경제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ECB는 지난주 정책 회의에서 경제전망을 대폭 하향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즈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명히 비둘기파적 기조가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강력한 부양을 시사했지만, 금융 시장은 오히려 패닉에 빠졌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부양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앙은행들이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유럽과 일본이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려 경기를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은 이미 단기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 뜨린 상황에서 더 이상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미답의 영역에서 더 과도한 위험을 감내하기는 역부족이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즈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움직이고 있지만, 제한적인 방법으로는 오히려 유로존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국의 성장둔화까지 글로벌 불확실성 리스트에 더해야 한다. 중국은 재정정책을 통해 사그라들고 있는 성장 불씨를 다시 태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부양은 과도한 부채를 일으켜 장기적 관점에서 결국 중국 경제를 좀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WSJ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최근 정책 반전으로 이러한 위험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