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의 실패를 넘어 14조원 기업가치를 만든 비결
국내 핀테크 업계가 '제2의 토스'를 외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낸 곳은 없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핀크, 렌딧 등이 각자 영역에서 시장을 공략했지만 토스가 만들어낸 파괴적 성장에는 못 미친다. 반면 토스는 간편송금으로 시작해 은행·증권·보험·결제까지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성장하며 기업가치 10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돌파, 국내 최초 핀테크 데카콘에 올랐다. 토스의 성공은 단순히 한 서비스의 히트가 아니라 실패에서 학습하고 이를 조직문화로 환원한 독특한 경영 방식 덕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토스 창업팀은 초창기 5년간 무려 8번의 실패를 겪었다. 근거리 통신 기반 소셜미디어 '울라블라', 모바일 투표 앱 '다보트' 등은 시장 반응조차 얻지 못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결과는 참담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가지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기술과 디자인이 완벽해 보여도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다. 이후 토스가 모든 의사결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것이 바로 '고객중심주의'였다. 고객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정확히 찾아내 해결하면 성장의 길이 열린다는 깨달음이 토스의 DNA로 자리 잡았다.
이 철학은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설치로 대표되던 국내 온라인 금융 환경을 송두리째 바꾼 간편송금 서비스에서 빛을 발했다. 복잡한 절차 없이 전화번호만으로 송금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는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안겼다. 당시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고 이는 토스가 시장에 안착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토스는 증권·은행·보험·결제 등 전통 금융권의 주요 서비스를 하나씩 흡수해 '토스앱 하나면 금융생활이 끝난다'는 슈퍼앱 전략을 완성했다.
토스의 또 다른 성공 공식은 실패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창업자 이승건 대표는 "실패를 피하려는 것보다 실패에서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토스는 실패의 단가를 낮추는 구조를 만들었다. 작은 단위로 실험을 반복해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반응을 기반으로 빠르게 개선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학습은 조직 전반에 공유됐다. 논쟁보다 실행을,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험을 중시하는 문화는 토스의 핵심 가치로 굳어졌다.
조직문화 또한 독특하다. 토스는 핵심 가치를 운영체계(OS)처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3.0', '3.1' 버전으로 진화시켰다. '완벽보다 실행', '임팩트 중심', '피드백 요청' 등이 현행 가치의 중심이다. 단순히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채용·평가·보상 체계와 연결해 실제로 작동하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팀원 누구든 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일로를 넘어 길드를 만들어 실행에 나설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성과가 공유된다. 이런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문화가 혁신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됐다.
반면 다른 핀테크 기업들은 이런 토스식 성공 방정식을 구현하지 못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플랫폼 기반의 방대한 고객 풀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서비스를 보조 기능에 머무르게 했다. 뱅크샐러드, 핀크, 렌딧은 각각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오픈뱅킹, 중금리 대출 등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확장성과 차별성 부족으로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토스가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한 것은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 집착과 빠른 실행, 실패를 자산화하는 조직문화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이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관련기사
- 신한은행, 외국인 근로자 전용 신용대출 'SOL 글로벌론' 출시
- NH농협은행, 외국인근로자 전용 'NH K-외국인신용대출' 출시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AI 산업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 성장 동력 만들 것"
- 신한은행, 시니어 고객 위한 '화담숲에서 걸어요' 전관행사 개최
- 우리은행, 외국인 유학생 전용 서비스 '유학생 커뮤니티' 선봬
- KB국민은행, '2025년 DC형 퇴직연금 컨퍼런스' 개최
- BNK부산은행, 소상공인 경영 안정 위한 'BNK 상생드림대출' 출시
- [퇴직연금 쟁탈전/②]급성장하는 퇴직연금 TDF 시장…증권사 주도 속 은행권 추격
- [핀테크의 벽/②]"제2의 토스는 힘들다"…단순 모방으로는 한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