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베커 / 사진=연합뉴스
보리스 베커 / 사진=연합뉴스

1985년 부터 1999년 은퇴할 때까지 그랜드슬램 대회 남자 단식 우승 6회, 준우승 4회, 4강 진출 8회 기록, 통산 투어 타이틀 획득 49회, 특히 프로로 전향한 첫 해인 1985년 윔블던 남자 대회 단식 우승은 만 17세 7개월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기록. 그리고 2003년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헌액.

독일의 전설적인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Boris Becker)의 기록이다.  

베커는 프로 테니스 종목에서 아직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한 선수로 꼽힌다. 그의 전성기는 역대 테니스 선수 중 가장 긴 1985년부터 1996년.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역에서 전성기를 유지한 선수는 테니스 외에 다른 종목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이 기간 동안 베커가 세운 기록은 화려하다. 1991년 세계 랭킹 1위를 비롯해 단식 통산 전적 713승 214패,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만 6회와 준우승 4회, 마스터스 시리즈 우승 13회, 올림픽 복식 금메달 등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만 세운 기록은 아직도 넘어서는 선수가 없는 상태다.

언론 보도와 관련 도서 등 여러 자료에 따르면 보리스 베커의 성공 비결은 '집중력'으로 꼽힌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서너 살 때 아버지의 차 트렁크에 있는 라켓을 처음 들고 테니스 클럽 벽에 다른 사람이 말릴 때 까지 몰두해 공을 쳐댄 것을 잘 알려진 일화다. 이 당시 어린 베커에게 "저 녀석은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다"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베커가 고향인 독일 라이멘의 테니스 클럽에 가입해 정식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은 6살에 불과했다. 그로 부터 5년 후인 11살에 그는 독일 테니스 연맹의 청소년 대표로 선발됐다.

하지만 당시 관계자들은 테니스 선수로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알려진다. 어린 시절 또래에 비해 외소한 체구에 다른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걷돌았기 때문이다. 부정 평가는 베커의 오기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나는 처음 팀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들은 보고서에서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보고서는 오히려 내가 연습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그들의 판단이 잘못 됐음을 실력으로 입증하고 싶었다." 

훗날 언론 인터뷰 등에서 그가 처음 부정 평가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에 대한 회상한 말이다.

선수 시절 보리스 베커 / 사진=AFP자료
선수 시절 보리스 베커 / 사진=AFP자료

이같은 노력은 실제 그가 일찍부터 프로 무대에서 성공하게 된 발판이 됐다. 베커는 불과 17살에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결승전에 올라 당시 스타 플레이어였던 케빈 커렌(Kevin Curren)을 4세트만에 꺽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승리였다. 이 때 승리로 그는 윔블던 남자 결승전에 최초 진출한 독일인이자 최연소 선수가 됐다. 또한 그랜드슬램 토너먼트 대회 전체에서도 최연소 승자였다.

베커는 극도로 집중했던 것이 당시 윔블던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최대 요인이라고 말했다.

생애 최초 윔블던 결승전 직전, 상대 선수들 보다 어렸던 베커는 선배 선수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건네지 않는 건망진 태도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오직 경기에만 집중했던 태도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당시에 대해 베커는 훗날 "터널에 있는 것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나는 눈가리개를 하고 그곳에 좀비처럼 앉아 있는다. 이는 내가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집중하는 방식이다. 그럴 때면 그 무엇도 내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난 그러한 무아지경 상태에, 그처럼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빠져들어야만 한다."

베커가 자서전을 통해 남긴 말이다. 자서전에는 경기 직전 그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담긴 행동도 흥미롭게 설명했다. 

"테니스 코트로 나갈 때면 늘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가슴은 쭉 펴' 자신만만하고 용감한 상태가 됐다. 두려움은 느끼지 않았다. 마치 출발선에 선 경주마가 된 듯, 곧 시작될 경기에 생각이 온통 집중돼 있었다."

테니스 대회를 통틀어 전설의 게임으로 회자되는 1985년 윔블던 결승전. 이 대회는 베커가 정상에 등극한 것을 대외적으로 확인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 대회 결승전 세 번째 세트에서 심판은 '챔피언십 포인트'(Championship Point)를 선언한다. 1점만 더 따면 경기에서 승리하는 매치 포인트와 같은 의미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2만여 관중들은 '보리스'를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베커는 이 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오직 목전에 온 경기의 승리에 대한 목표에만 집중했다. 

베커는 결국 결승전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이 경기가 역사의 서막이 됐다. 이후 베커는 단식대회 승자 타이틀을 49개나 따냈다. 이 중에는 그랜드슬램 6회, 윔블던 3회 우승의 역사적 기록도 포함된다.

"관중이 누구를 응원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눈 앞에 벽(상대 선수)만이 보였다. 그 벽은 항상 간신히 뛰어넘었다. 집중력과 의지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베커의 얘기다.

베커는 4살 때부터 32살 은퇴할 때까지 한 가지 목표에만 몰두한 선수로 지금도 테니스 스포츠계에서 평가받는다.

그의 '한 가지 목표에만 몰두하는 집중력'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성공 비결로 꼽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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