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카드납부율 4.1% 불과
보험료는 매달 빠짐없이 납부해야 하는 대표적인 고정지출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상당수 생명보험사들은 보험료 카드 결제를 제한하거나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전자결제가 일상화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만큼은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한 '올해 1분기 생명보험사 카드납부 현황'에 따르면 생보사 22곳의 평균 카드납부율은 4.1%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이후 7년 가까이 4% 안팎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카드납부율이 1% 미만인 생보사도 8곳에 달하며, 일부는 특정 상품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거나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에만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현재까지도 보험료 카드납부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카드결제 기능 자체가 차단돼 있어 소비자는 어떤 방식으로도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할 수 없다. 반면 삼성생명은 카드납부를 허용하긴 하지만 자사 계열사인 삼성카드로만 가능하며 대상 상품도 보장성 상품에 한정된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카드납부율은 2023년 3분기 기준 0.3%로 생보업계 평균(4.8%)을 크게 밑돈다.
외국계 생보사 가운데 라이나생명은 카드결제 허용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같은 기간 라이나생명의 카드납부율은 34.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AIA생명 역시 20.3%를 기록하며 카드결제에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회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카드결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고객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에도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다.
업계는 카드사 수수료 부담과 내부 정산의 복잡성, 시스템 전환 비용 등을 이유로 카드결제 도입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종신보험, 저축성보험 등 장기 상품이 많은 생보사의 경우, 납입 기간 전체에 걸쳐 누적되는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도입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여전하다.
반면 손해보험업계는 카드납부율이 훨씬 높은 편이다. 2023년 3분기 기준 캐롯손해보험의 카드납부율은 무려 95.6%에 달했다. 에이스손해보험(70.6%)과 메리츠화재(48.5%) 등도 높은 카드납부 사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차보험처럼 단기계약 위주의 상품이 중심이고, 카드결제가 고객 유치와 유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
이처럼 생보사와 손보사 간 카드결제 운영 방식의 차이는 업권 구조뿐 아니라 수익모델, 경영철학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생보사는 카드결제 확대시 사업비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반면, 손보사는 오히려 결제편의 확대를 고객서비스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접근 차이가 크다.
보험료 카드납부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은 카드업계와 보험업계 간 수수료 협상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산정하며 보험료 결제에 2% 내외의 수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험업계는 수수료율을 1%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맞서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생보사들은 신용카드 가맹점 계약 자체를 해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유지하면서 카드결제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카드납부 의무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회에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수년째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발의된 개정안은 보험사가 신용·직불·선불카드를 통해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차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안은 현재 계류 중으로 업계 반발을 의식해 실질적인 입법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카드 결제 허용 여부는 의무사항이 아닌 자율적 선택"이라며 "카드사와의 제휴 수수료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보험료 인상이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일부 회사들이 카드 결제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카드 결제가 가능한 생보사와 상품 현황은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같은 보험사라도 상품별로 카드 결제 가능 여부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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