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계열사의 회계 정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기된 회계부정과 시세조종 혐의는 지난 17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며 일단락됐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삼성생명 회계 이슈는 다시 한 번 이 회장에게 '부정회계를 통한 경영권 유지'라는 주홍글씨를 새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하고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실질적 영향력이 있음에도 투명성 부족과 회계 왜곡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과거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문제까지 겹치며 잡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논란의 삼성생명' 시리즈를 통해 배경과 파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재용의 감시자'는 어디로 갔을까. 삼성그룹이 만든 준법감시조직은 정작 가장 중요한 회계 논란 앞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과 맞물려 수조원대 자산 회계처리를 놓고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했다. '책임경영' 복귀를 논의하던 조직이 정작 내부 회계의 책임 문제에선 입을 닫은 셈이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에 많은 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그룹 내부 감시조직으로서 제대로 된 책임 추궁도, 시정 요구도 없이 오히려 '복귀 명분 쌓기'에만 기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회계기준원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간의 회계처리 문제와 관련해 준감위에 공식적으로 시정을 요구했다. 기준원은 "회계 투명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며 내부 의사결정 구조와 회계처리 방식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준감위는 이에 대해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공식 조사도, 책임자 확인도, 권고 조치도 없었다.
이 사안을 아는 관계자들은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했고 실제로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룹 내부의 준법지원실조차 해당 사안이 내부에서 어떻게 공유됐는지,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삼성 준감위는 '감시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감시도, 감독도, 시정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조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0년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강력한 준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법원에 약속하며 만들어진 기구가 정작 계열사의 핵심 회계 이슈에선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셈이다.
이와 동시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약 30조원) 중 20조원어치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총자산의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 5.7%가 매각 대상이 되며 이로 인한 매각차익이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매각차익 중 상당액이 과거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보험금 성격의 부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에 대한 회계처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익잉여금으로 대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금융감독원이 소비자보호처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보험약관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계약 이행 여부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유지라는 거대한 논리 앞에 계약자 권익 보호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의 취지는 국제적 회계 투명성과 비교 가능성 확보인데 삼성생명은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이같은 '일탈 회계'가 계속 용인되는 한 한국의 회계 투명성 지수는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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