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 전문점 체인 '차지'의 30세 장쥔제 CEO, 나스닥 IPO로 3조 돈방석
부모 일찍 여의고 고아로 7년 노숙 생활…18세에 비로소 읽고 쓰는 법 배워
"중국 고대 차 제조법을 현대 기술로 되살리는 게 목표"

사진=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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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에 관세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의 한 청년 사업가가 차(茶) 전문점 체인을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켜 억만장자가 됐다.

미국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거의 정체된 상황에서 일부 애널리스트는 중국 주식들이 미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쥔제(張俊杰·30)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차지(茶姬)홀딩스는 17일(현지시간)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차지는 이번 IPO로 4억1100만달러(약 5850억원)를 조달했다. 공모가는 가격 범위의 최상단에서 책정됐다.

블룸버그·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차지의 주가는 상장 첫날 16% 껑충 뛰어 32.4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장 CEO의 순자산은 21억달러로 평가됐다.

그의 재산은 전적으로 차지 지분에서 비롯됐다.

사진=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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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CEO는 최근 급성장 중인 프리미엄 차 브랜드 열풍 속에서 부(富)를 쌓고 있는 중국 기업가들 대열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여기에는 홍콩 증시 데뷔 이후 약 80억달러의 자산을 쌓은 버블티·아이스크림 체인 ‘미쉐빙청’(蜜雪氷城)그룹의 창업자 장훙차오(張紅超)와 그의 동생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장훙푸(張紅福)도 포함된다.

미쉐는 지난 3월 3일 홍콩 증시에 상장됐다. 미쉐는 이날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공모가 202.5홍콩달러(약 3만7700원)보다 높은 262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47.1% 높은 298홍콩달러까지 찍었다. 이후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미쉐의 IPO 규모는 34억5000만홍콩달러로 올해 홍콩 증시 최대다.

홍콩의 개인투자자들이 IPO에 몰리면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차익 대출 신청 규모가 사상 최대인 1조8000억홍콩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쉐는 매장 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이다. 지난해 9월 현재 세계에 4만50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스타벅스의 약 4만개와 맥도널드의 약 4만1000개 글로벌 매장 수를 뛰어넘는 규모다.

장훙차오 창업자와 장훙푸 CEO는 당시 주식 매각으로 총 81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스타벅스의 글로벌 확장을 주도한 거물 하워드 슐츠 전 CEO의 60억달러보다 많은 규모다.

사진=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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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CEO는 2017년 미얀마·라오스·베트남과 접경한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에서 차지를 출범시켰다.

홍콩의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993년 윈난성 성도 쿤밍(昆明)에서 태어난 장 CEO는 부모를 일찍 여읜 뒨 고아가 돼 7년간 노숙자로 살았다.

18세가 돼서야 겨우 읽고 쓰는 법을 배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10년 대만의 한 밀크티 체인점에서 일을 시작해 성실함으로 매장 책임자까지 승진했다.

차지라는 브랜드 이름은 중국의 유명 경극 ‘패왕별희’(覇王別姬)에서 따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브랜드 이름을 ‘패왕차희’(覇王茶姬)로 정했다.

그러나 줄여서 ‘차희’(중국어 발음 차지)로 부른다. 로고에는 ‘패왕별희’에서 활달하고 젊은 여성 배역인 화단(花旦)의 모습이 담겨 있다.

차지에서는 전통 버블티 브랜드처럼 달콤하고 타피오카가 들어간 음료 대신 녹차·홍차·우롱차 등 중국 전통 블렌드를 활용한 프리미엄 밀크티가 주력이다.

매장은 스타벅스를 연상시키는 라운지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음료의 평균 가격은 약 2달러다.

소비자들이 고칼로리 버블티를 기피하고 건강에 신경쓰게 되면서 차지는 빠르게 성장했다.

장 CEO는 지난해 5월 한 포럼에서 "9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차 제조법을 현대 기술로 되살리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차지의 IPO 설명서에 따르면 중국의 신선 차 음료 시장은 지난해 2730억위안(약 53조2500억원) 규모였다. 이는 오는 2028년까지 4260억위안으로 성장할 듯하다.

한 잔 평균 17위안 수준인 프리미엄 티 음료는 전체 시장의 26%를 차지했다. 2019년 11%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차지는 현재 644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매장 대부분이 중국에 있다.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지에도 진출해 있다.

이들 매장 가운데 6270개가 프랜차이즈, 169개는 직영 매장이다.

그러나 차지의 해외 확장에 도전과 마찰도 따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자사 앱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된 ‘9단선’(九段線·중국이 영토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주요 섬들을 경계선 안에 포함함으로써 중국의 영토라고 표시한 선) 표기로 불매운동이 촉발됐다.

베트남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으로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게다가 미중 간의 무역전쟁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등장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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