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깜깜이' 행보에 비판 잇따라

사진=챗GPT
사진=챗GPT

사모펀드(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다. 2023년 말 기준 규모는 136조원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투자기구로 성장했다. 하지만 PEF의 무분별한 기업 인수와 매각, 구조조정 및 기술유출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우려 또한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신(新) 금산분리'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3회에 걸쳐 신금산분리 제재 논의에 불을 지핀 PEF의 그림자를 짚어본다.[편집자주] 


2018년 금융위원회는 이원화된 사모펀드(PEF) 운용규제를 일원화하는 내용의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을 내놨다. 이를 통해 출자금 50% 이상 2년 내 주식 투자,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취득 주식의 6개월 이상 보유와 같은 규제가 모두 폐지됐다. 금융위는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 적용되는 규제 중 완화된 규제를 적용하는 등 글로벌 사모펀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족쇄가 풀리면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구분이 이뤄졌고, 둘 다 모두 부동산과 특별자산, 채권 투자가 가능해졌다. 지분증권에 투자할 경우 경영참여 성격의 투자 또한 가능해졌다. 아울러 공모주에 대한 투자 역시 할 수 있게 됐다. 

사모펀드의 투자범위 확대는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사모펀드간에 이뤄진 비밀계약이 대표적이다. 

방 의장은 2020년 하이브 상장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 뉴메인에쿼티 등과 일정 기간 내에 IPO(기업공개)를 진행한 뒤 성공할 경우 매각차익의 30% 지급 또는 실패시 지분 환매 조건이 걸린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내용이 금융감독원 증권신고서 등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이브의 상장 첫날 시초가는 35만1000원으로 형성되며 기대를 모았다. 이는 공모가(13만5000원) 대비 160% 뛴 것이다. 하지만 줄곧 하락하며 상장 첫날 종가는 25만8000원을 기록했고, 5거래일 연속 주가가 빠지면서 17만9000원까지 밀렸다. 이후에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10월 30일 종가는 14만2000원까지 내려앉았다. 

하이브 상장으로 이들 사모펀드들은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사모펀드의 비공개적 행보는 자본주의의 원류인 미국에서도 비판 대상이다. 미국 매체 재커빈(JACOBIN)은 "비판론자들은 사모펀드가 의료 서비스부터 주택, 마이너리그 야구까지 모든 것을 약탈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사모펀드는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지 않는 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인수와 관련된 투명성이 제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극단적으로 노정하는 투자기법이 바로 사모펀드"라고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2019년 하버드 및 시카고경영대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들에게서 동업종 평균 대비 14.4%나 일자리가 감소했다"면서 "토이저러스(ToysRUs), 스포츠 어쏘리티(Sport Authority), 아트 밴 퍼니처(Art Van Furniture)와 같은 소매기업들은 매장 폐쇄와 파산으로 수십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서 위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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