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인수, 매각 등으로 기업 경쟁력 후퇴 우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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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다. 2023년 말 기준 규모는 136조원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요 투자기구로 성장했다. 하지만 PEF의 무분별한 기업 인수와 매각, 구조조정 및 기술유출 등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우려 또한 나오는 실정이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신(新) 금산분리'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3회에 걸쳐 신금산분리 제재 논의에 불을 지핀 PEF의 그림자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신금산분리가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최근 고려아연 사태에서 드러났듯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로 여러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금산분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인수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자본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과거 당국은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고민해 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로 인한 부작용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같은 PEF 운용사의 경우 장기간의 시간이 투자돼야 하는 각 산업의 특성을 배제한 채 단기간에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및 기업의 경쟁력 후퇴 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 원장은 "특정 산업군의 경우 필요한 기간을 20~30년 정도로 길게 봐야 한다"며 "하지만 5~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해야 되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할 경우 주요 사업부문에 대한 분리 매각 등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도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회의실에서 열린 12개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단기 수익 창출이 목표인 PEF가 자칫 기업의 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PEF가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대규모 타인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자본의 성급한 기업 매각에 따른 부작용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4년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가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된 뒤 인도 마힌드라에 재매각 되는 등 현재 주인을 맞기 전까지 숱한 위기를 겪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알짜 사업부문 매각은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이 거둔 이익을  연구개발(R&D)등에 재투자 없이 배당만 늘리는 등 자기 배불리기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2021년 창원시의회 의원들은 '소부장 산업을 비롯 제조업 현장의 이익만 챙기는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촉구 건의안'을 통해 PEF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의원들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으로 설립요건이 완화되는 등 사모펀드 구성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현장에 알짜기업을 헐값에 매수해 수배의 이익배당만 가져가고 기업을 재매각하는 사모펀드가 활개를 치고 있다"며 "사모펀드의 문제는 한 기업의 매각과 고용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전국 소부장 사업을 비롯 제조업에서 자행되고 있는 사모펀드의 이익사냥과 높아지는 부채율, 설비투자와 경상연구투자 저조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며 "적어도 제조업에서는 사모펀드가 직접 개입해 경영하는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금융자본의 경우 철저히 이익만 계산하는 만큼 구조조정 및 알짜 사업부문 매각 등으로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기업 인수와 매각에 대해 정부는 이를 제한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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