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초코파이의 탄생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1970년대 초 식품 기술자 3명과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은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보다가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제품을 만들어 실패를 거듭한 끝에 1974년 4월 오늘날과 같은 초코파이가 개발됐다.
비스킷과 초콜릿, 빵이 혼합된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과자인 초코파이는 출시되자마자 우유 한잔에 곁들이는 주식대용으로서 고단백, 고칼로리 식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민 과자 초코파이 '거침없는 성장'
1970년대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 시대였다. 촉촉한 비스킷 사이에 쫀득한 마시멜로를 넣고 달콤한 초콜릿을 바른 초코파이는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든든한 한 끼가 됐다.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 첫해부터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976년에는 수출 실적을 올리며 해외시장 공략에도 눈을 돌렸다. 1987년 4월 20억원, 1990년 월 매출 30억원을 경신한 이후 1996년 12월 월 매출 53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단일 제품 월 매출 50억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현재 오리온 초코파이는 약 60여개국에 판매되고 있다. 초코파이는 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를 넘어 북미·인도·중동·아프리카 등을 다음 목표지로 두고 신시장 개척과 새로운 라인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1974년 출시 당시 가격은 50원이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15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급 과자였다. 출시 2년 만인 1976년 100원으로 오른 뒤 33% 증량과 함께 1996년 150원으로 인상했다. 이후 1998년 200원으로 오르는 등 50년 동안 9배 인상됐다.
◇초코파이 해외진출…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
초코파이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1997년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후 베트남과 러시아·인도에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다. 특히 2007년 이후부터는 해외 매출액이 국내를 넘어섰다.
2017년 글로벌 연구소 출범 이후에는 각 법인의 R&D(연구개발) 역량을 통합하고 각국의 소비자와 시장 특성에 맞춘 새로운 맛의 초코파이를 매해 선보이고 있다.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는 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초코파이의 원재료 스펙과 제조공정, 품질관리 등을 동일하게 유지·관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초코파이는 '하오리요우'(好麗友)라는 브랜드로 판매된다. '하오리요우'는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오리온은 중국 진출 초기 단기적인 매출 상승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코파이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해 나가는 전략을 펼쳤다. 대형 옥외광고 대형 할인점 프로모션이나 거리시식회 등을 전개했다.
중국인들에게 초코파이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줄 묘안으로 당시 중국에서 보기 드물던 대형 옥외 광고물을 건국문(建國門) 지하철역 앞에 세운 이후 시식회는 북새통을 이뤘다.
2008년 말부터는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을 착안해 포장지에 인(仁)자를 삽입했다. 해당 마케팅은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2016년에는 차(茶) 문화가 발달한 중국 시장에 맞춰 선보인 말차 맛, 귀리를 원료로 한 펑펑마이, 딸기맛, 우유맛 등 다양한 라인업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情)을 의미하는 '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90년대 베트남 진출 당시 현지 제과시장은 열악했다. 베트남 제과 제품은 위생에 취약한 벌크(bulk)형 제품이 많았다. 오리온은 베트남시장에서 낱개 포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을 구축했으며 현지 파이시장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조상님 제사상 위에 올리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생일, 밸런타인데이, 결혼 답례 등 기념일 때 초코파이를 서로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신제품을 출시해 라인업도 확장했다. 2017년 초코파이 다크, 2019년 복숭아맛, 2020년 요거트맛, 2022년 현지 베트남 Z세대를 겨냥해 출시한 몰레, 수박맛 등이 있다.
러시아에서도 초콜릿을 즐겨 먹는 문화와 차와 케익을 즐겨 먹는 식습관, 마시멜로를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러시아인들은 햄버거나 코카콜라 못지않게 초코파이를 즐긴다. 2011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며 대통령도 즐기는 간식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차(텃밭이 딸린시골 별장)에서 농사지은 베리류를 잼으로 먹는 러시아 현지 문화에 착안해 라즈베리, 체리, 블랙커런트, 망고 등 잼을 활용한 초코파이를 출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오리온 법인 중 가장 많은 12가지 초코파이를 생산·판매 중이다.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3년간 준비한 사업부지 15만2252㎡(약 4만6056평), 연면적 4만2467㎡(약 1만2846 평)의 트베리 신공장을 2022년 6월부터 가동해 매출 성장의 불을 지폈다.
현지 수요 증가에 따라 초코파이 제품의 공급량을 늘리고 있으며 오리온 글로벌 연구소를 통해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인도에서 판매하는 초코파이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젤라틴을 원료로 사용한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만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의 기본 배합 비율은 유지하면서 나라별 문화와 특성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021년 라자스탄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후 2021년 3월 초코파이 오리지널을 선보였다.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딸기, 망고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초코파이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올해 1분기 내에 생산을 시작해 공급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50년간 초코파이 글로벌 누적 매출액은 7조억원을 넘어섰다. 개수로는 458억5000만개에 달한다. 전 세계인이 1인당 5.7개씩 먹은 셈이다.
◇'초코파이 바나나·여름 한정판 초코파이 수박'
오리온은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오리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초코파이 탄생 42년 만에 처음으로 자매 제품 '초코파이情 바나나'를 선보였다.
초코파이 바나나는 출시 당시 한 달여 만에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출시 6개월 만에는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돌파하며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부터는 시즌 한정판 제품을 출시했다. '초코파이情 딸기'를 시작으로 매년 봄마다 '초코파이 딸기&요거트' '초코파이 피스타치오&베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2021년 선보인 겨울 한정판 '초코파이情 해피베리쇼콜라'는 오리온 자체 소비자 조사에서 '다시 맛보고 싶은 제품 1위'로 꼽히는 등 계속되는 요청으로 2022년에 재출시되기도 했다.
한국·중국·베트남에서 동시에 출시된 2022년 여름 한정판 '초코파이 수박'은 실제 수박을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2023년에도 수박 과즙 함량을 늘리는 등 맛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해 다시 선보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