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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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요트 붐이 한창이다. 글로벌 요트시장은 전에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요트 메이커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한다. '요트 라이프'를 꿈꾸는 이들이 늘자 국내에서도 관련 TV 프로그램이 방영됐을 정도다. 그럼에도 요트는 여전히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관련 정보는 제한적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최근 요트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두 커플과의 인터뷰를 통해 요트에 대한 궁금증 일부를 풀어냈다.

첫 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45피트(약 14m)짜리 요트 '루나'(Luna)에서 생활하는 님 허쉬혼, 파비올라 허쉬혼 부부다. 루나는 선체 2개가 나란히 연결된 '캐터머랜'(쌍동선), 2019년형 '라군(Lagoon)450S'다. 카리브해에서 루나를 이용해 요트사업을 하는 부부에게 이 배는 집이자, 직장이다.  

또 다른 인터뷰 대상은 라이언 엘리슨, 소피 다시 커플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만난 이들은 대서양 한복판에 있는 포르투갈령 아조레스제도에서 '폴라실'(Polar Seal)이라는 이름의 요트, 2007년형 '베네토오세아니스'(Beneteau Oceanis)에 몸을 싣고 있다. 몇 년 전 항해술을 배우고 회사를 그만둔 둘은 요트에서의 삶을 인터넷에 기록 중이다.

소피 다시가 동반자 라이언 엘리슨과 함께 타고 있는 요트 '폴라실'(Polar Seal)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동영상='Ryan & Sophie Sailing' 유튜브 계정

◇변수 많은 요트 가격...수천만원짜리도 

가장 궁금한 건 물론 비용이다. 특히 요트 가격이 궁금하다. 님 허쉬혼이 답했다. 

요트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가 많다고 한다. 중고냐, 새 요트냐 또는 선실이 하나인 '모노헐'(monohull)이냐, 캐터머랜이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중고 요트의 경우 전세용으로 쓰였는지, 개인이 계속 소유했던 것인지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근해에서 이동할지, 큰 바닷길을 다닐지도 고려해야 한다.

허쉬혼 부부는 65만달러(약 7억5000만원)짜리 새 요트를 샀지만, 3만~8만달러로 마련한 요트를 타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다고 한다. 1억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님은 바닷길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45피트짜리 모노헐이 평균 10만~15만달러, 캐터머랜은 25만~50만달러쯤 한다고 전했다.

◇추가 비용도...전체 예산의 30%는 남겨둬야

물론 요트를 손에 넣은 뒤에도 추가 비용이 든다.

엘리슨과 다시는 2016년 9만달러에 10년 된 중고 요트를 9만달러에 구입했다. 다시는 요트를 받고 나서 예상보다 빨리 적잖은 추가 비용이 들었다며, 3년 만에 최소 4만달러를 썼다고 말했다.

△조종실 덮개 7000달러 △새 돛 7000달러 △소형보트(엔진 포함) 5000달러 △해수담수기 2000달러 △리튬배터리와 전력기구 부품 6000달러 △새 자동조종장치 2000달러 △구명땟목 2000달러 △안전·통신장비 3000달러 등이다.

다시는 요트를 사려면, 전체 구입 예산의 30%는 유지관리, 수리,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트 보험(1000~4000달러), 여행·건강보험(1500달러), 가족들과 만나기 위한 비행기 티켓(2000달러) 등의 연간 비용도 든다고 덧붙였다.

라이언 엘리슨, 소피 다시 커플의 '요트 라이프'/동영상='Ryan & Sophie Sailing' 유튜브 계정

◇생활비, 집이나 요트나...'키즈보트'도 흔해

요트에서는 생활비가 얼마나 들까. 님은 지상에서 사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친구 중에 세 아이와 함께 2년째 요트에서 사는 부부가 있는데, 이들은 9만달러짜리 요트로 카리브해를 떠다니며 연간 5만달러로 생활한다고 전했다.

님은 부부 생활비로 연간 10만달러가량을 쓰지만, 월간 1000달러로 사는 커플, 3000~6000달러를 쓰는 가족들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이들이 지상에서보다 생활비를 더 적게 쓰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변수도 있다. 정박할 때 바다 위에 닻을 내리는 건 공짜지만, 마리나를 이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시는 2019년 겨울 스페인에 있는 마리나에 정박한 적이 있는데, 이용요금이 한달에 300달러였다고 한다. 다만 현지 식료품 가격은 매우 쌌다고 회상했다. 지역에 따른 물가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파비올라는 카리브해만 해도 요트에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키즈보트'가 수백척이라며, 요트 라이프에서 양육문제는 걱정할 게 없다고 했다.

◇와이파이도 OK...인공위성 인터넷도

양육, 특히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인터넷 환경이다. 님은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연안 20해리(약 37㎞)까지 인터넷 신호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개 카리브해 섬 사이를 떠다니기 때문에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돼 있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개의 다른 인공위성 기반 서비스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에서 무선인터넷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시는 바다에서는 와이파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그는 공해에서 인공위성 인터넷으로 날씨정보를 얻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넷플릭스 등을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와이파이도 항구 등에 정박했을 때, 기존에 가입한 데이터요금제가 해당지역에 적용되는 경우에만 쓴다고 말했다.

님 허쉬혼, 파비올라 허쉬혼 부부가 타는 '라군(Lagoon)450S'. 선체 2개가 나란히 연결된 '캐터머랜'(쌍동선)이다./사진=라군 웹사이트 캡처
님 허쉬혼, 파비올라 허쉬혼 부부가 타는 '라군(Lagoon)450S'. 선체 2개가 나란히 연결된 '캐터머랜'(쌍동선)이다./사진=라군 웹사이트 캡처

◇뱃멀미 막으려면...잘 자고, 많이 먹고, 따뜻하게

꿈같은 요트 생활도 몸이 안 따라 주면 고생이다. 뱃멀미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다시는 특히 뱃멀미에 취약했다고 한다. 그는 멀미가 일단 일어나기 시작하면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미리 막는 전략을 취했다. 

다시가 소개한 예방책 가운데 하나는 출항 전날 밤 약을 먹고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단다. 저혈당이 멀미를 촉진한다는 이유에서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좋다. 옷과 장비에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배가 많이 흔들리면 멀미가 심해지기 마련인데, 다시는 지난 3년간 1만3000해리를 항해하면서 대서양을 두 번 가로질렀지만 강풍을 만난 건 단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좋을 때만 출항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요트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부자들만 탄다고?...요트에 대한 오해

사람들이 요트에 대해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게 뭐냐는 질문에 님은 요트 선주는 백만장자일 거라는 생각이라며, 주변에는 부자가 전혀 아닌 요트 주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는 요트 라이프는 다른 생활양식의 하나일 뿐, 얻는 것만큼이나 희생해야 할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다시도 사람들이 자신을 부잣집 출신이나 돈을 많이 번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돈을 아끼고 희생했을 뿐이라고 거들었다. 라이언과 함께 회사에 다닐 때는 '아이 없는 맞벌이'로 풍족한 삶을 누렸지만, 지금은 수입과 생활비가 각각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지금 삶이 훨씬 더 풍요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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