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 모터스(GM)이 함께 개발한 전기차 전용 울티엄 플랫폼 /사진=GM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이 심각하다. 세계 곳곳에서 반도체가 없어 공장이 멈추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충분히 늘릴 때까지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부족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가 마주한 또 하나의 위험요소가 있다. 배터리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배터리 확보를 위한 자동차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서는 배터리 생산량이 먼저 늘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 시대 도래, 배터리가 부족하다

영국의 자동차 시장 조사회사 LMC오토모티브는 2030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가 2334만대로 지난해의 10배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팔린 것과 비슷한 규모다. 

당장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하는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 확보가 중요해졌다. 자체 생산만으로는 충분한 배터리를 조달할 수 없어 배터리 업체와 합작 공장을 세우는 경우도 많다. 

현재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단 몇 곳뿐이다. 중국의 CATL과 BYD,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일본의 파나소닉 등이다. 

자동차 하단에 설치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배터리팩. 중국 배터리 업체는 성능은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못하지만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사진=CATL

중국 CATL과 BYD는 성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자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크기와 전기용량, 냉각 성능에 맞게 모터와 인버터가 설계된다. 반도체처럼 쉽게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기도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 특히 미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 공장 설립에 적극적이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좋고, 배터리 업체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생산 규모는 연 70GWh다. 70KW 배터리를 쌓아 항속 거리가 500㎞ 가까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100만대에 설치할 수 있는 양이다.

포드는 올해 6조원 투자해 SK이노베이션과 합작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짓기로 했다. 생산능력은 연 60GWh다. 포드는 픽업트럭 F 시리즈 전기 버전을 출시할 예정인데, 이에 필요한 충분한 배터리를 확보하게 됐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개발한 전기 픽업트럭 'F150' /사진=포드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개발한 전기 픽업트럭 'F150' /사진=포드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인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푸조, 시트로앵이 합쳐져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미국 자동차 업체가 한국 배터리 업체와 손을 잡는 이유는 중국과의 갈등 때문이다. 올해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도체, 의약품, 희토류, 배터리를 미국 경제에 중요한 4개 품목으로 정하고,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한다. 

독자 행보에 나선 유럽

유럽에서는 독자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포르셰는 지난달 독일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업체 커스템셀스와 합작사 '셀포스 그룹'을 설립했다. 2024년부터 연간 100MWh 용량의 배터리 생산이 목표다. 

스웨덴에서는 볼보가 현지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와 2022년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6년부터 연간 5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4년부터 기존의 노스볼트 공장에서 연간 15GWh 규모의 배터리를 조달한다. 합치면 연간 65GWh, 전기차 100만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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