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지속성 여부 판단이 관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 0~0.25%의 기준금리, 월간 12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유지된다. 경제활동과 고용지표들이 전보다 강해지고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졌지만, 고른 회복을 이루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진단에 따른 결정이다.
연준은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게 일시적인 변수들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논의할 시점이 아직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월가에서 이미 예상했던 결과다.
미국 월가에서는 다만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 등 미국 경제의 회복세와 금융시장의 랠리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언제든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을 흔들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특히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정책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이날 취합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인플레이션·자산거품 우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자산운용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지속적인 통화부양 공세에 따른 자산시장의 거품을 우려했다. 그는 잠재적인 자산거품이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켈리는 당장 노동력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임금상승세가 가팔라질 것이라며, 임금상승 압력은 이제 일시적인 게 아니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연준의 강력한 통화부양 조치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더딘 임금 상승세를 지목해왔다.
켈리는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이후 불과 6주 만에 주가가 6% 오른 것도 자산가격 거품 우려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이 거품이 더 커지고 결국에는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산거품이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릭 라이더 블랙록 채권 부문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자산거품의 배경이 되는 과도한 유동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연준이 머잖아 테이퍼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봤다.
짐 폴센 로이트홀드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는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설익은 회복세와 시장의 강세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주목할 지표는
연준이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보지만, 정말 그런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인플레이션의 지속성 여부를 판단하는 게 연준의 과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모나 마하얀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선임 미국 투자전략가는 시장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 몇 주 사이 1.75%에서 1.55%로 떨어졌지만, 이제 다시 반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전날 1.62%까지 뛰었다.
마하얀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재정부양 발표와 경제 재개방 등에 힘입어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이 향후 1~2분기에 걸쳐 통화부양 기조를 고수하면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겨 국채 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은 고정수익을 보장하는 채권의 매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지면 채권시장에서 투매가 일어나 채권 금리가 오른다.
줄리아 코로나도 마크로폴리시퍼스펙티브스 설립자도 인플레이션 위협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눈여겨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가 연간 기준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공급 부족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도는 연간 기준으로 물가가 계속 오르는 진짜 인플레이션은 광범위한 임금상승을 동반한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통화정책 향방에 관건이 될 것으로 봤다.
미국 노동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전년동기대비)를 기록했다. 연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넘어섰다. 인플레이션이 연간 기준으로 높아진 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CPI가 지난달 월간 기준으로 0.6%나 뛰면서 기저효과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수요 증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일터로 복귀하는 이들의 수요까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수바드라 라자파 소시에테제네랄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조짐은 그 기대치가 반영되는 TIPS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10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10년물 BEI(Break-even inflation rate)는 2.40%를 웃돌고 있다.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BEI는 일반 국채와 TIPS의 금리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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