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갑론을박에서는 가계소비 전망도 엇갈린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들은 경기부양정책이 가계소비를 자극해 물가상승세를 자극할 것으로 본다. 반대편에서는 씀씀이가 커지기엔 소비자들의 경계감이 아직 크다고 맞선다.
◇직접 재정지원 가계소득 지탱..."소비 늘어난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은 각국 정부가 가계를 직접 지원하는 재정부양책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1조9000억달러(약 217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책법안에 서명했다. 팬데믹 사태가 터진 이후 미국 정부가 내놓은 5번째 재정부양 조치다. 그동안 푼 재정 규모만 6조달러에 이른다.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8%쯤 된다.
잇단 대책의 핵심은 가계와 실업자들에 대한 직접 현금 지원이다. 이번 대책으로만 성인 1인당 최대 1400달러의 현금이 풀리고, 실업자들은 주당 370달러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
다른 주요국에서도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가계에 막대한 자금을 풀고 있다. 우리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이다.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이들은 정부가 재정지원으로 푸는 자금이 직접 가계로 흘러드는 만큼 소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가계 소득 감소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증시와 부동산시장 호황에 따른 부의 효과가 씀씀이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증시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불어난 가계 순자산은 5조달러가 넘는다.
◇바이러스·고용 불안 저축률 고공행진..."지갑 닫았다"
가계의 불안감이 여전해 소비가 크게 늘 여지가 별로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가계소득이 꾸준해 보이는 건 정부의 개입 때문이라며, 저축률이 부쩍 높아진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은 2010년대 7.3% 수준에서 지난해 16.2%로 치솟았다. 한국은 물론 일본, 유럽 주요국에서도 저축률이 급등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총저축률은 37.2%로 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축률이 높아진 건 당장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소비환경이 위축된 탓으로 볼 수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 조치가 여행길을 막고,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제한했다.
경기 비관론자들은 소비주체들의 불안감이 저축률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부양책과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큰 가운데도 저축률이 떨어지지 않는 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 이후 최악의 바이러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한 데 따른 공포가 경계심을 부추기고 있다고 본다. 특히 고용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서 팬데믹 여파로 실업자로 남은 이는 지난달 초 현재 1000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 가까이가 27주 이상의 장기실업자라고 한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고용·경제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