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물공장 스타트업 '오이시이 팜'
고급 딸기 재배해 레스토랑 등에 판매
뉴욕에 도쿄돔 크기 식물공장 설립 계획

미국 식물공장 스타트업 '오이시이 팜'이 생산한 '오마카세 딸기' /사진=오이시이 팜
미국 식물공장 스타트업 '오이시이 팜'이 생산한 '오마카세 딸기' /사진=오이시이 팜

미국 최대 도시로 세계 경제와 문화, 패션의 중심지로 꼽히는 '뉴욕'. 이곳에서 딸기를 재배해 파는 회사가 있다. 일본 출신의 코가 히로키가 설립한 식물공장 스타트업 '오이시이 팜(Oishii Farm)'. 딸기 8개 묶음 가격이 50달러(약 5만6500원)에 달하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선정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오이시이 팜은 왜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뉴욕에 식물공장을 만들고, 딸기를 재배하고 있을까? 

코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식물공장에 관심을 둔 것은 2015년쯤이다. 당시 컨설팅 회사를 퇴직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버클리대학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 캘리포니아에서 큰 가뭄이 발생했다. 

심각한 물 부족으로 미국 내 채소 농장이 집중된 캘리포니아에서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2017년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추방하면서 일손도 귀해졌다. 

이 여파로 미국에서 식물공장 사업과 투자가 활발해졌다. 식물공장이란 빛,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배양액 등을 제어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이다. 그러나 식물공장을 통한 채소 재배로 이익을 내기가 어려웠다.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상추 등 일부 잎채소로 제한됐고, 가격도 기존 상품보다 3~4배 비쌌다.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딸기 /사진=오이시이 팜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딸기 /사진=오이시이 팜

코가 CEO는 식물공장 사업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농작물이 식물공장에서 재배되는 시대가 온다고 생각했다"며 "관련 산업 규모도 수십조 엔에서 수백조 엔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조사회사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식물공장 산업은 지난해 23억4000만달러(약 2조6450억원)에서 오는 2027년 98억5000만달러(약 11조133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는 것이다. 

코가 CEO는 오이시이 팜의 식물공장 위치와 재배 작물은 크게 수익성, 기술장벽, 브랜딩 3가지를 고려해 결정했다. 딸기는 품종이나 재배방법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큰데, 미국에서는 일본산 품종 수준의 딸기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미국 시장에 일본 딸기 수준의 상품을 내놓으면 비싼 값에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 

본사를 뉴욕으로 정한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미국 딸기의 90%는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데 , 이렇게 생산된 딸기가 뉴욕까지 도착하려면 1주일이 걸린다. 뉴욕에서는 신선한 딸기를 맛보기 어려운 것이다. 산지에서 멀면서도, 맛있는 딸기에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뉴욕이 식물공장을 만들 최적의 위치라고 판단한 것이다. 

코가 CEO는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딸기 재배를 시작하기 전 일본에서 딸기를 들여와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이 정도 수준의 딸기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딸기는 상추 등과 달리 식물공장 재배기술의 난도가 높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다. 

우선 컨테이너를 이용해 식물공장을 만든 코가는 약 3년 동안 딸기 수분과 당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고, 2018년 '오마카세 베리'라는 브랜드로 딸기 판매를 시작했다. 소니 이노베이션 펀드, 파쿠샤 테크놀로지 등으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다음 달에는 65억엔(약 673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오이시이 팜의 딸기를 보고 있는 요리사 /사진=오이시이 팜

오이시이 팜은 새로운 자금으로 뉴욕 근교에 도쿄돔 크기의 식물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딸기 수확량을 늘리고 맨해튼의 고급 마트에 오마카세 베리 납품을 늘릴 계획이다.  

코가 CEO는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인지도와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에 딸기를 납품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하지만 딸기는 레스토랑보다 가정 내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앞으로 일반 소비자 판매를 위한 고급 마트 납품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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