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가 된 미국의 아마존. 아마존이 성장에 따라 도서, 음악, 완구, 스포츠용품 등 기존 소매 산업의 유통구조가 완전히 파괴됐다. 미국 유명 완구업체 토이저러스와 서점체인 반스앤노블 등 대규모 소매점이 줄줄이 쓰러졌다. 이들은 아마존이 내세우는 월등히 싼 가격과 빠른 배송 앞에 대항할 수 없었다. 

아마존은 이제 소매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첨단 물류망과 그동안 쌓은 빅데이터를 무기로 새로운 산업 공략에 나선 것이다.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증가한 63억달러(약 6조8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자금도 충분하다. 아마존이 다음에 파괴할 산업은 어디일까. 7일 시장분석회사 CB인사이트가 이런 산업 9가지를 소개했다. 

1. 약국

아마존은 지난 2018년 6월 온라인 약국 회사 필팩(PillPack)을 인수했다. 사실상 온라인 약국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미국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하고,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아마존 앱을 통해 저렴하게 배송받는 방식이다. 

사실 아마존은 창업 초기부터 온라인 약국 유통에 관심을 뒀던 것으로 보인다. 1999년 미국 드럭스토어닷컴의 주식 40%를 인수한 바 있다. 아마존이 이후 의약품 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진 않았지만, 복잡하고 엄격한 규제의 의약품 시장 진출 가능성을 계속 타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2. 중소기업 대출

아마존은 2011년부터 아마존에 입점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아마존 블렌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체 매출에서 외부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마존 셀러(외부 판매자)로 등록하면 재고 관리와 상품 확대, 판촉 등을 위해 아마존으로부터 최대 100만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로서는 복잡한 대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은행보다 간편하고 빨리 돈을 빌릴 수 있는 아마존이 훨씬 편할 수밖에 없다. 

3. 물류

아마존은 지난 10년간 물류와 배송 능력에 중점 투자했다. 배송 프로세스의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외부 배송 업체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2018년 미국에서 아마존의 물류 인프라 수는 4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통해 미국 인구의 72%에 당일 또는 다음날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아마존은 자체 배송을 처리하는데 그쳤지만, 앞으로는 외부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외부에 개방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웹 서비스(AWS)'도 아마존의 사내 사업 효율화를 위해 시작돼 확장됐다. 

4. 신선식품 판매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라는 브랜드로 신선식품 2시간 이내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온라인 식료품 판매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신선식품 배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물류망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5. 간편결제

아마존은 간편결제 분야에서 오랫동안 존재감을 쌓아왔다. 종합적인 결제관리시스템인 아마존 페이, 바코드로 충전하는 아마존 캐시, 비자 등 신용카드와 제휴한 아마존 비자 체크/신용카드, 은행 계좌에서 아마존 계정으로 송금하는 아마존 리로드, 인공지능 자동결제 시스템 아마존 고 등 다양한 결제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아마존 간편결제 서비스가 확대되면 카드회사나 다른 온라인 결제 회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6. 보험

아마존은 보험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다. 2016년 영국에서 이미 상품 사고나 도난을 보상해주는 '아마존 프로텍트'를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인도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보험을 다루는 회사에 투자했다.  

7. 럭셔리 패션(명품)

아마존은 값싼 의류뿐만 아니라 럭셔리 패션 판매도 시도하고 있다. 올해 9월 고급 브랜드 셀러를 위한 '럭셔리 스토어즈'를 개설했다. 아직 아마존 진출에 적극적인 명품 브랜드는 많지 않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아마존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 명품 브랜드 산업도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8. 스마트홈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 '아마존 에코'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 기준 아마존 에코의 스마트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53%에 달한다. 아마존은 앞으로 자사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전자레인지나 시계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9. 원예

온라인 원예 배송은 빠르게 커지는 시장이다. 아마존은 창고 등 공급망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식물을 판매하고 원예 사업을 쉽게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이 온라인 원예 판매에 나서는 순간 기존 오프라인 원예업자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