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강력한 통화·재정부양 정책과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따른 경기회복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채권시장에서 특히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플레이션, 즉 화폐가치 하락은 채권이 보장하는 미래 고정수익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와 무관치 않다.

주식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상대적으로 덜 불안해하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전략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FRED]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FRED]

◇50년 승자 '에너지주'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투자리서치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에너지주를 인플레이션 최고 수혜주로 꼽았다. 미국에서 1972년 이후 약 50년간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한 아홉 시기 가운데 7차례나 에너지업종 주가가 미국 증시 대표지수인 S&P500보다 14%포인트(중간값) 더 올랐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올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가 돋보이는 것도 인플레이션 기대와 무관치 않다. 국제유가 상승세는 증시 베팅에도 반영되고 있다. 엑손모빌, 마라톤오일 같은 미국 정유사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에너지업종이 최근 미국 증시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업종 주가는 올 들어 S&P500지수보다 5배 더 올랐다.

네드데이비스는 경기 흐름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가치주가 인플레이션이 한창인 시기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고 지적했다.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영업레버리지 높아야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매출로 이익을 얻기 더 쉬운 인플레이션에 강한 회사들을 추천하며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 미디어기업 디스커버리 등을 거론했다. 이른바 영업레버리지 효과가 큰 기업들이다. 

영업레버리지 효과는 영업비용 중 고정비용이 지렛대(레버리지) 역할을 해 매출이 증가하면 영업이익 증가폭이 커지고, 반대로 매출이 줄면 영업이익 감소폭이 확대되는 걸 말한다. 

물가상승세가 가팔라지면, 생산비용이 오르지만 판매가격 인상으로 매출도 늘어난다. 영업레버리지가 큰 기업들은 매출 증가폭이 생산비용 증가폭을 웃돌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영업레버리지가 높은 종목들은 4개월째 영업레버리지가 낮은 종목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013년 이후 가장 긴 연승 행보다. 

2013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이 '긴축발작'으로 요동쳤던 때다. 연준의 당시 긴축 행보 역시 인플레이션 전망과 맞물려 있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아직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비관론자들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강타한 반도체 품귀 사태 등을 심상치 않은 신호로 보고 있다.  

◇원자재가격보다 인건비

골드만삭스는 또 인플레이션이 끌어올릴 생산비용 가운데는 원자재 비용보다 인건비가 증시에 더 큰 역풍이 될 것으로 봤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관련 소재 가격 인상으로 수혜를 볼 기업들이 있고, 원자재 가격 인상 위험에 미리 대비해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반면 인건비는 기업 수익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인건비 증가율이 1%포인트 오르면 수익이 1%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낮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시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에서 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젠 등을 관련 종목으로 추천했다.

이밖에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할 투자처로 광산주와 비료주를 꼽았다. 특히 구리와 식료품 가격 변동에 민감한 종목들이라고 한다.

현재 주식 투자포트폴리오의 3분의 2는 기초소재, 기술, 에너지 관련주로 꾸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알파수익'은 가격결정권에

토비어스 레브코비치 씨티그룹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경제전망이 밝아지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고 있으며 추가 재정부양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이 스며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가격결정력이 흥미진진한 '알파(α)' 창출원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며 "가격 유연성을 가진 기업들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는 시장수익률에 덧붙는 수익을 말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는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은 S&P500 기업들의 명목 매출을 늘렸지만, 기업들이 투입비용 증가세와 같은 속도로 가격을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이윤폭이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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