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대면 서비스를 중단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EDD)의 한 지사가 텅 비어 있다.[사진=UPI·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대면 서비스를 중단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용개발국(EDD)의 한 지사가 텅 비어 있다.[사진=UPI·연합뉴스]

미국 고용지표가 7월까지 3개월 연속 개선행진했지만, 취약성을 함께 드러내 '고용시장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고용지표 3개월 연속 개선행진

7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가 전달보다 약 176만명 늘었다. 시장 예상치를 약 30만명 웃돌았다.

실업률은 6월 11.1%에서 7월 10.2%로 떨어졌다. 

미국 고용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지난 4월 최악(고용자수 약 2078만명 감소, 실업률 14.7%)으로 치달은 뒤 5~7월 3개월에 걸쳐 개선행진을 지속했다. 

문제는 7월 들어 개선 속도가 크게 더뎌졌다는 점이다. 고용자수 증가폭이 5월엔 270만명, 6월에는 480만명에 달했다. 같은 달 실업률은 11.1%로 전월보다 2.2%포인트 떨어졌지만, 7월 하락폭은 0.9%포인트에 그쳤다. 

CNN은 7월 고용지표 내용을 전하며 미국의 경제 회복이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쉽게 얻은 고용지표 개선이 7월로 끝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용회복세가 벌써 약해지기엔 팬데믹의 상처가 아직 깊다.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자 수는 여전히 팬데믹 사태 이전인 2월보다 약 1300만개 적다. 실업률은 지난 2월 50년 만에 최저인 3.5%로 사실상 '완전고용'을 의미했지만, 7월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발 '대침체'가 한창일 때(2009년 10월 10%)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실업률(%, 왼쪽)과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 증감(천명) 추이[자료=미국 노동부]
미국 실업률(%, 왼쪽)과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 증감(천명) 추이[자료=미국 노동부]

◇'고용質' 악화...정치권은 교착상태

7월 지표에 드러난 고용의 질도 우려를 부추긴다. 우선 임금이 낮고 불안정한 시간제 근로자 수가 80만3000명 늘었다. 지난달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 된다. 업종별로도 요식업(50만2000명)과 소매업(25만8000명) 등 저임금 업종이 일자리 증가를 주도했다. 제조업은 2만6000명에 그쳤다.

장기실업자가 늘어난 것도 불길한 신호다. 15주 이상, 즉 팬데믹 사태가 시작될 때부터 실업자로 있는 이가 약 800만명으로 6월보다 470만명 늘었다. 15~26주 장기 실업자가 현재 미국 실업인구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장기실업자는 자칫 구직을 아예 단념하고 고용시장에서 이탈해 경제에 장기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구직포기자는 고용시장에 돌아와도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고용이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방해하기 쉽다.

장기실업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으려면 지원이 절실한데, 2차 경기부양 패키지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면서 기존 부양책에 있던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도 지난주 시한을 맞아 지급이 중단됐다. 미국 전체 가구 소득의 4%에 해당하는 월간 600억달러가 사라진 셈이다. 미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소비를 위축시킬 게 뻔하다. 

◇'광의의 실업률'에 반영된 고용불안

뉴욕타임스(NYT)는 고용의 질과 관련해 '광의의 실업률'(U6)에 주목했다. U6 실업률은 최근까지 구직활동을 하다가 결국 구직을 포기했지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실업자와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시간제 근로자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미국의 U6 실업률은 4월 22.8%로 절정에 이른 뒤 5월 21.2%, 6월 18.0%에 이어 7월에는 16.5%로 떨어졌다. NYT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미국 고용시장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U6 실업률이 공식 실업률보다 더 큰 폭 하락한 것은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 시간제 근로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고용불안에 눈높이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얘기다.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한 장기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재해고' 속출...'고용 더블딥' 우려 

다시 거세진 코로나19 확산세는 미국 고용시장의 더블딥 우려를 더 자극한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 등지에선 지난 6월 중순부터 바이러스 감염 속도가 다시 빨라지면서 음식점 등의 영업 제한과 해고 등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음식점 예약사이트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미국 내 예약건수는 지난 6월 말 전년동기대비 40% 감소한 수준이었지만, 7월 말에는 60%로 감소폭이 커졌다.

미국 코넬대의 조사 결과도 미국 고용시장 비관론을 뒷받침한다. 이 대학이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일까지 팬데믹 사태 중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되찾은 이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5명 가운데 3명이 일자리를 다시 잃었거나(31%), 해고 가능성을 경고 받았다(26%)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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