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의 주가는 올 들어 약 270% 올랐다. 덕분에 이 회사는 최근 일본 토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으로 부상했다.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돈방석에 앉았다. 11일(현지시간) 현재 그의 순자산은 약 705억달러(약 84조6700억원)으로 올해만 430억달러 늘었다. 그는 이날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등을 제치고 세계 억만장자 순위 7위(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기준)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기업 시총 지각변동...'과열' 우려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기업들의 시총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순위 변동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다고 전했다. 신문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구조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투자금이 성장 유망 기업을 찾아 급격히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현상'이 대표적인 본보기다.

니혼게이자이는 기업재무데이터조사업체 퀵팩트셋(Quick FactSet) 자료를 인용해 시총 상위 1000개 글로벌 기업의 올 상반기 순위 변화를 분석했다. 1개사당 변화폭 중간값이 70위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4위 다음으로 컸다.

일각에서는 시총 순위가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게 일종의 과열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테슬라를 비롯한 기술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거품(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화폐 투자업체 갤럭시디지털홀딩스를 운영하는 마이크 노보그래츠는 지난 10일 블룸버그TV에 기술주 급등은 거품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빠졌다"며 "이는 전형적인 투기거품"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츠모토 히로시 일본 픽텟투신 투자고문은 니혼게이자이에 "주가 과열 가능성은 있지만, 미래를 예측하려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테슬라 주가 추이(달러)[자료=야후파이낸스]
테슬라 주가 추이(달러)[자료=야후파이낸스]

◇장기적 경제 변화 반영...디지털·탈탄소가 화두

주가가 급변할 때 투자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 마련이다. 투자금이 특정 분야로 수렴하면서 시총 순위가 급변한다. 특히 금융위기나 이번 팬데믹 사태 같은 초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면 경제의 장기적인 변화 방향이 단기간에 주가에 반영되기 쉽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이 한창일 때는 '닷컴' 냄새만 풍겨도 몸값을 한껏 높일 수 있었다. 2000년 버블 붕괴로 미국 통신기기업체 루슨트테크롤로지 등이 몰락한 뒤에는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석유대기업 주가가 승승장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는 신흥국에서 중산층이 크게 늘었다.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저가 노키아 휴대폰에서 애플이 2007년 선보인 아이폰으로 대거 이동했다. 애플이 시총으로 노키아를 제압하게 된 배경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는 디지털화, 탈탄소화에 속도를 붙일 태세다. 올 상반기 시총 상위 1000개 기업 명단을 보면, 업종별로 소재·에너지 기업이 114개로 주는 동안 정보기술(IT)기업은 138개로 증가했다. 소재·에너지업종은 2018년 150개 수준에서 꾸준히 줄어 올 들어 감소세가 더 가팔라졌고, IT업종은 지난해 제자리에 머물다 올 들어 증가세 반전이 돋보였다.

◇"코로나 승자 찾아라"...'테슬라 현상' 확산

디지털화를 대표하는 IT업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가 전자상거래(EC)다. 팬데믹 사태로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급성장했다.

싱가포르 기업 씨(Sea)가 대표적이다. 게임과 전자상거래 전자결제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가 중국 텐센트를 동남아에 이식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텐센트뿐 아니라 미국 월가의 큰손들이 두루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 기대감이 크다.

'동남아판 텐센트' 씨의 주가는 올해 3배 올라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인 센트럴아시아뱅크를 제치고 동남아 시총 1위로 올라섰다.

캐나다 전자상거래기업인 쇼피파이는 시총 순위를 지난해 306위에서 83위로 끌어올렸다. 중국에서는 여행, 호텔 등과 관련한 소비자용 앱 운영 플랫폼업체인 메이퇀뎬핑(美団点評)이 IT 분야 새 성장주자로 떠올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나려는 탈탄소 흐름은 테슬라에 힘이 됐다. 마침 테슬라가 전기차 양산 체제를 갖추고 흑자화에 성공하자, 코로나19 사태의 승자를 찾고 있던 돈이 모였다. 테슬라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소전기차업체 니콜라는 매출이 아직 없는데도 196억달러에 이르는 시총을 쌓아올렸다.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로열더치셸의 시총은 과거 10위권에서 75위까지 추락했다.

이밖에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를 앞세워 인텔을 제치고, 중국 백주업체 구이저우마오타이가 고급화에 성공해 세계 최대 식품업체 네슬레에 육박하는 시총을 갖게 된 것도 '테슬라 현상'의 일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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