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75% 중 40% 먼저 산 뒤 나머지 풋옵션 부여
“아직 끝은 아냐” 불협화음 우려 목소리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종계약까지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하지만 순탄한 매각을 단언하기는 어렵다. 당초 대우건설 매각가격을 두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호반건설간 다소 견해차가 있었던 만큼 추후 세부협상이 틀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는 탓이다. 매물 대비 규모와 재무구조를 감안해 호반건설 인수를 반대하는 업계 안팎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 산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호반건설 선정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지분 50.75%에 대한 우선인수 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영삼 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은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대우건설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며 “대우건설 새로운 주인 찾아주기, 매각목적 달성을 위해 호반건설이 적정하다는 게 이사회 판단”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2월 정밀실사, 4월 주식매매계약(SPA) 등의 절차를 통해 7월 매각 일정을 모두 끝낼 계획이다.
호반건설은 일단 매각 대상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우선 인수한다. 나머지 10.75%는 산업은행이 2년 후 호반건설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부여하는 조건부 매각 방식이다. 호반건설은 지배주주가 바뀌더라도 당분간 산은을 2대 주주로 남겨두면 해외 수주와 금융지원 등에서 유리하다. 산은으로서도 나중에 주가가 오르면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 호반건설의 인수가는 주당 7700원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조6200억원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가 61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3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16년 10월 이사회에서 대우건설 주식매각 추진을 결정했다가 지난 2016년 11월 대우건설 재무제표 의건거절로 매각을 잠정보류했다. 지난해 상반기 흑자전환 확인 후 7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했다. 매각주관사는 국내외 총 188개 잠재투자자를 대상으로 매입의사를 타진했다. 산은은 매도자 실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13일 대우건설 주식매각을 공고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13일 예비입찰시 13개 투자자가 참여했다. 평가기준을 충족한 3개 입찰적격자 중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지난 19일 최종입찰에 나섰다.
◇ 시공평가 13위 호반건설은 어떤 회사?
호반건설은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다. 1989년 직원 5명의 지방 임대주택 사업자로 시작해 지금은 시공능력평가 13위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재계 서열 47위에 올라 있다. 2017년 말 누적 자기자본이 5조3000억원으로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1989년 자본금 1억으로 설립된 호반건설은 광주 삼각동 148가구의 임대주택을 시작으로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창업 초기 광주, 호남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임대주택 사업의 성공을 이어갔고, 2000년대 들어서부터 주택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15년부터는 도시정비사업에도 뛰어들어 서울, 부산 등 알짜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호반은 사업 다각화 또한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01년 스카이밸리 C.C, 2010년 하와이와이켈레 C.C, 2011년 KBC광주방송, 2016년 울트라건설, 2017년 제주퍼시픽랜드 등을 인수하며 M&A 시장에도 단골로 등장해 왔다. 최근 금호산업, 동부건설, SK증권 등의 매물에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다가 막판에 발을 빼기도 했다.
호반그룹의 김상열 회장은 신중한 경영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무리한 사업확장 대신 안정적인 경영을 고수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무차입 경영’과 ‘90% 원칙(이미 분양한 단지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더는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다는 뜻)’을 철저히 지킨 경영방식이 유명하다.
◇ 남은 절차 반년..“아직 끝은 아냐” 목소리도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이 선정되면서 관련 매각절차는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최종계약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정밀실사를 거친 뒤 오는 4월 주식매매계약(SPA)를 교환하고 실무협의를 거쳐 7월 최종계약을 맺기까지 무려 반년여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산은의 기본방침이 비금융 자본의 조기 처분인 이상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협상 여부에 따라서는 언제든 매각절차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도 당초 지난 주 결정키로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매각자문사의 평가가 다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이날로 미뤄진 바 있다. 호반건설은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 지분 50.75% 중 40%만 우선 사들이고 나머지는 오는 2021년께 인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주가가치를 감안하면 호반건설이 우선지급해야 할 40%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은 1조2000억원가량이며, 이후 지급할 10.75%의 지분은 4000억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산은은 1조6000억원이라는 가격 자체도 기존 책정한 가격과는 격차가 있는 만큼 통매각을 원했었다.
도급능력 기준 13위인 호반건설과 3위인 대우건설의 규모 격차가 크다는 점도 매각 장애물로 꼽힌다. 호반건설의 재무구조가 견실하다 해도 대우건설 몸값으로 제시한 1조6000억원은 호반건설의 연간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더욱이 호반건설은 최근 2000억원 규모의 리솜리조트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돼 자금 조달이 빠듯한 상태다.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인다. 대우건설 노동조합 측은 “인수 후 경영시너지를 내줄 견실한 새주인을 찾자는 점에서는 노조도 공감하지만 산은은 조속 매각에만 집착하고 있다”면서 호반건설의 인수를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임직원들도 불쾌한 기색이다. 양사의 규모 격차를 감안하면 급여나 복지혜택이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음은 물론 고용승계 여부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