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대규모 국외 손실 드러나..호반건설, 가격 인하 요구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우건설의 대규모 국외 손실이 드러난 가운데 호반건설은 더 낮은 인수가를 원하고 있어 KDB산업은행과 충돌이 있다는 전언이다.

8일 한 언론사는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인수를 더이상 추진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단독 응찰했는데, 지난 7일 미처 알지 못했던 손실이 나타나자 무리한 인수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재제작에 들어가며 작년 4분기 실적에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이로 인해 7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해 영업이익도 4373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조9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성장한 반면 영업적자가 1432억원 발생했다. 당기순손실도 1474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3분기 누적 855억원에 불과했던 국외 사업장 손실 규모가 연말에는 4225억원까지 급증한 셈이다.

이 같은 국외 현장의 손실은 모로코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모로코 사피 발전소는 지난해 3분기에도 23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재무력이 튼튼한 호반이지만 대우건설의 국외 사업장에서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면 타격이 커진다. 이에 따라 호반 측은 모로코 적자와 앞으로 발생 가능한 해외현장 등의 잠재부실을 감안, 가격을 더욱 낮춰달라는 입장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본래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 입찰하면서 지분 50.75%를 1조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고 한 것은 인수 가격을 더 깎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부실 부분을 크게 회자시켜 가격 협상을 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값을 깎아주지 않으면 결국 매각은 불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과 규모가 비슷한 대림산업이나 GS건설의 경우 3만원~7만원 대로 주가가 형성돼 있는 반면 대우건설은 5000원대”라면서 “이미 리스크가 반영된 주가인 만큼 산업은행에서 가격을 더 깎아줄 명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인수전을 철회하면 45년 전통의 글로벌 건설사인 대우건설의 새 주인 찾기는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현재 호반건설은 오늘 중으로 금번 인수전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호반은 앞서도 인수합병(M&A) 시장의 단골로 등장했던 건설사다.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SK증권 등 굵직한 매물이 시장에 등장할 때마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다가 매번 막판에 발을 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우건설의 인수전에서도 호반건설의 진정성에 의심을 갖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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