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상생일까? 한국 경제는 일부 대기업과 일부 업종이 주도하는 기형적 성장에 직면하고 있다. 소수의 이들 기업에 한국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양극화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독버섯이다. 이 때문에 포용적 성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새 정부 'J노믹스'가 내건 가치의 맨 앞단이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상생의 국가·사회·경제적 가치가 무엇일까.
본지는 창간2주년 특별기획 '상생지도'를 통해서 그 가치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
앞서 해외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글로벌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협력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상생이 곧 경쟁력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중소기업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후 7년, 우리나라에도 상생협력 모범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협력사의 자금을 지원하거나 결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독립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외 진출의 길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상생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 해외 진출 '허브' 자처한 한국전력
중소기업은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스스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힘들다. 제품에 대한 홍보는 물론 믿을 수 있는 거래처 확보도 힘든 게 현실이다. 대기업과 해외 동반 진출 사례도 있지만, 사실상 협력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한국전력의 동반성장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의 판로를 함께 개척해 준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우수 협력사에 'KTP(KEPCO Trusted Partner)' 엠블럼을 활용해 한전의 해외 제품 전시·홍보사업에 참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지원이 이뤄진다. 하나는 수출 유망 중소기업으로 시장개척단을 구성, 현지 바이어와 1대 1 수출상담 및 계약을 추진하는 수출촉진 사업이다. ESS, SG, MG, AMI, 배전 자동화 등 에너지 신사업 패키지 기업으로 시장개척단을 구성해 신기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필리핀에 18개사, 이집트·요르단에 9개사, 태국·베트남에 12개사, 페루·도미니카·과테말라에 8개사를 연결 지원했다.
다른 하나는 중소기업의 해외 전시회 참가지원을 통해 제품 마케팅,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 및 계약을 추진하는 전시회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상담장 임차비, 통역비, 운송비, 상담 주선비, 차량 광고비 등 현지 행사비도 한전이 지원한다. 이를 통해 미국 20개사, 이란 19개사, 베트남 12개사, 미얀마 12개사, UAE 20개사, 이란 20개사, 스페인 10개사를 지원했다.
이 같은 성과는 한전이 지닌 전력 유틸리티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란 브랜드 파워 덕분이다.
최근 한전은 해외에 직접 상설홍보관을 구축하고 전문인력을 통한 상시 마케팅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중장기 밀착 해외수출 지원을 진행 중이다. 향후 해외 15개국 22개 네트워크를 중소기업에 전면 개방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한전 보증 브랜드 제공을 제품포장이나 에너지 신사업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재 채용부터 기술 지원까지…'윈-윈' 도모한 LG
단순한 중소기업 지원이 아닌 '윈-윈'을 도모한 사례도 있다. LG그룹의 상생경영이 그렇다. LG는 협력사의 경쟁력을 높여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고자 다양한 상생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기술혁신, 핵심역량 개발, 경영혁신, 품질 및 생산성 혁신 등으로 중소기업의 동반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실제로 사내 컨설팅 전문인력을 협력사에 파견해 지난해에만 5200여건의 기술을 지원했다. 또 5만2000여건의 특허를 유무상으로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44건의 특허를 무상으로 중소기업에 이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재 채용을 도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중견인력의 시프트 제도를 통해 단기간 내에 핵심역량을 강화하도록 돕고 있다. 협력업체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 관련 노하우를 전수, 상호 이익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인력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5년간 임금의 40~60%도 직접 지원한다. 협력사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고 있다. 건물·토지·설비투자 등 운영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법률자문을 제공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신기술 개발 지원으로 협력사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풍원정밀이 그 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존폐 기로에 서 있던 이 회사는 LG디스플레이의 기술 지원으로 2014년 곡면 올레드 TV 필수 부품인 금속박 신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LG디스플레이 역시 일본 수입품을 대체하면서 5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효과를 누리게 됐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LG디스플레이의 장비 국산화율은 80%를 넘어섰다. 핵심 장비 협력사의 매출 역시 180% 이상 성장했다. 규모가 커진 만큼 고용도 80% 이상 확대됐다.
LG그룹은 이러한 상생 전략을 1차 협력사를 넘어 2·3차 협력사로 확대 중이다. 지난 7일에는 최고경영진 30여명이 동반성장 전략 현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1~3차 협력사를 찾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