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상생일까? 한국 경제는 일부 대기업과 일부 업종이 주도하는 기형적 성장에 직면하고 있다. 소수의 이들 기업에 한국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전략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이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양극화된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우리사회의 양극화는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독버섯이다. 이 때문에 포용적 성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새 정부 'J노믹스'가 내건 가치의 맨 앞단이 상생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다. 상생의 국가·사회·경제적 가치가 무엇일까.
본지는 창간2주년 특별기획 '상생지도'를 통해서 그 가치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
◇ 정규직 98.84%..‘오뚜기’라 쓰고 ‘갓뚜기’라 읽는다
지난 7월 말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호프 미팅이 있었다. 이 자리에 초청된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은 오뚜기가 유일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오뚜기는 상생 협력과 일자리 창출 우수 기업이어서 이를 격려하고자 함영준 회장을 특별 초청했다고 밝혔다.
1969년 풍림상사로 출발한 오뚜기가 ‘갓뚜기(신이라는 의미의 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라는 별칭을 갖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오뚜기는 비정규직이 없는 회사로 유명하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말라’는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오뚜기의 2017년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전 직원 3099명 가운데 기간제 근로자는 36명뿐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의 1.16%로, 정규직 비율이 98.84%에 달한다. 전반적으로 식품업계는 비정규직 비율이 낮지만, 오뚜기는 마트에 파견하는 시식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사원은 시간제 근무를 원하는 경력 단절 여성이나 전기, 설비 같은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이다.
오뚜기의 투명한 경영 승계와 정직한 상속도 화제를 낳은 바 있다. 작년 9월 별세한 함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 지분의 13.53%에 해당하는 46만5543주와 계열사 주식을 물려받은 장남 함영준 회장이 이에 해당하는 상속세 1750억원을 모두 5년에 걸쳐 성실히 분납하겠다고 밝혀서다. 경영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를 줄이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일부 재벌 기업과는 다른 행보였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도 눈길을 끈다. 오뚜기는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과 손잡고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을 하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 환자의 0.8%가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안타까워하며 함 명예회장이 시작한 일이다. 지난해 말까지 심장병 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어린이는 4357명에 이른다.
아울러 오뚜기는 1999년부터 푸드뱅크와 전국 복지 단체를 통해 독거노인과 불우이웃에게 물품을 기부하고 있다. 2012년부터는 장애인 학교와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에 일자리를 제공해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도 돕고 있다. 함 명예회장은 2015년 이 재단에 오뚜기 주식 3만주(315억원)를 기부했다. 1996년 설립된 오뚜기재단은 다양한 학술 진흥 사업과 장학 사업을, 2012년 출범된 ‘오뚜기 봉사단’은 지역사회의 소외 계층을 위한 밥차 지원, 재능 기부, 정기적인 환경 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유한양행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1926년 설립된 유한양행도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불린다. 유한양행은 기부금의 액수나 자원봉사의 규모뿐 아니라 창업자 고(故) 유일한 박사로부터 시작된 기업 이념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독립운동가였던 유일한 박사는 유한양행 창업주로 정직한 경영과 사회헌신에 힘을 쏟은 인물로 회자된다. 유일한 박사는 1969년 타계 시 전 재산을 공익재단인 유한재단에 기부했다. 기업의 최대 주주가 공익재단이 돼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 영구적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유한양행은 제약기업으로 보건 및 국민 건강을 위한 다양한 사회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외 어려운 환자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 지원과 유한의학상, 결핵및호흡기학술상 등 다양한 시상사업을 통한 보건분야 학술지원을 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퇴장방지의약품 생산 등을 통해 국민 보건에 기여 중이다. 또한 유한양행은 지난 2008년부터 10년째 헌혈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본사, 공장, 연구소에서 323명의 임직원이 헌혈에 동참했다.
직원들의 자발적 봉사동아리 활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본사와 연구소, 공장, 전국 지점에서는 각 본부의 특성에 맞게 자발적 자원봉사 활동과 기부 등의 나눔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본사의 경우 영어에 능통한 직원들로 구성된 ET(English Teacher)영어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수업을 진행한다. 퇴근 후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주는 노라조 봉사단도 있다. 주말에는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도 임직원과 자녀들이 함께 참여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10종의 일반의약품에 점자스티커를 부착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