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1990년대 초 대비 98%↓
생산량 증가, 기술 혁신 등 가격인하 요인 지속
전기차-내연기관차, 2년 안에 가격경쟁 본격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해 관련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1일(현지시간) 리튬이온 배터리의 30년 가격 변동 추이를 근거로 정반대의 견해를 제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먼저 1990년대 초와 현재 같은 용량 배터리의 무게와 크기, 비용을 비교했다.

30년 전에는 배터리로 한 가정에 하루 동안 전력을 공급하려면 7만5000달러(약 85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이 정도 용량의 배터리는 무게가 113㎏에 달했고, 크기는 큰 맥주통만 했다.

요즘은 같은 용량의 배터리가 40㎏, 소형 백팩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가격은 2000달러(약 225만원)도 안 된다.

배터리 기술 혁신에 힘입어 급성장한 분야는 단연 전기차다. 미국 테슬라가 2008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쓰는 첫 전기차 '테슬라 로드스터'를 출시한 이후 전 세계 도로를 달리는 전기차는 700만대 이상으로 늘었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기존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배터리 비용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배터리 주요 원료 가격이 뛰면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얼마간 18%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내연기관 엔진 가격을 밑돌 정도로 떨어져야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2030년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봤다.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추이(kWh당 달러)/자료=영국 왕립화학회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 추이(kWh당 달러)/자료=영국 왕립화학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후 연구원인 미카 지글러와 같은 학교 부교수 제시카 트랜식이 함께 쓴 최신 논문을 근거로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지난 30년 새 98% 하락한 사실에 주목했다. 

두 학자는 논문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급락한 배경으로 '학습률'(learning rate) 상승을 들었다. 여기서 학습률은 배터리 누적 생산량이 2배 증가할 때마다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나타낸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학습률은 1992년 20%에서 2016년 27%로 뛰었다.

배터리 누적 생산량이 2배 늘어날 때마다 가격은 4분의 1가량 떨어졌다. 2016년까지 10년간 배터리 생산은 5차례에 걸쳐 2배씩 늘었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건 '규모의 경제학'에 따른 것이다. 생산이 대폭 늘어나면 설비를 확충할 수 있고, 영향력을 행사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다.

논문은 기술 혁신도 배터리 가격 하락의 주요 배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허건수가 2배 늘어나는 동안 가격이 40% 하락했다고 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평균 가격은 현재 kWh(킬로와트시)당 140달러쯤 된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NEF)는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경쟁을 하려면 배터리 가격이 kWh당 100달러는 돼야 할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배터리업체들이 2년 안에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 혁신 속에 배터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학습률' 향상으로 가격 역시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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