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월가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강세장을 부추길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바이든과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는 했지만, 역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가에서는 다만 바이든의 승리가 '블루웨이브'를 동반하지 않으면 오히려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일 보도했다. 블루웨이브는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 양원의 과반수를 점하는 걸 말한다. 파랑(블루)은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블루웨이브가 중요한 건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추가 재정부양을 둘러싼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어서다. 증시 강세론자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대규모 재정부양이 블루웨이브를 통해 적어도 내년 초에는 이뤄질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안 그래도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같은 이유로 봉쇄(록다운) 조치가 잇따르면서 경기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주 뉴욕증시 S&P500지수는 6% 가까이 추락했다. 주간 낙폭으로는 팬데믹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 이후 가장 컸다.
◇민주당 상원 장악 가능성 오리무중...9석이 '동전 던지기'
현재 미국 하원은 435석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2석을 민주당이, 상원 100석 가운데 53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오는 3일 선거에서는 하원 435석 전원과 상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다. 민주당은 이변이 없는 한 하원 과반수 의석을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상원을 탈환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알렉 영 택티컬알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민주당의 상원 장악보다 바이든의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크다며,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민주당이 상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동전 던지기 결과만큼이나 쪼그라들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분석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의석을 각각 45석, 46석 차지할 전망이다. 나머지 9석이 어느 쪽으로 돌아갈지는 반반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미국 대선 '족집게'로 유명한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블루웨이브 가능성은 한때 77%에 달했지만 10월 초에는 70%, 같은 달 24일에는 55%까지 떨어졌다.
◇블루웨이브 없는 바이든 승리 '최악'...'분점정부' 효과 기대도
미국 퀀트투자업체 QMA의 에드 캠벨 펀드매니저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블루웨이브 없는 바이든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비롯한 상당수 투자자들이 바이든의 승리와 민주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을 전제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반등과 물가상승을 가정해 주식 비중을 높이고(특히 신흥국), 성장주 대비 가치주 우위의 투자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크레디트스위스도 최신 투자노트에서 블루웨이브가 성장주에서 가치주를 향한 자금 이동,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이 블루웨이브 없이 승리하는 게 시장과 경제에 장기적인 악재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백악관과 하원을 차지하고,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 체제가 부자·기업 증세를 비롯해 시장이 꺼리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맷 페론 야누스헨더슨인베스터 주식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블루웨이브가 무산되면, 추가 재정부양에 대한 실망이 분점정부 체제에 대한 낙관으로 바뀌는 건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라며, 불과 몇 주만에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시장은 분점정부를 더 선호할 것"이라며 의회의 견제가 정책 변동성을 낮춰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결과 베팅은 무모...리스크 피하려면 신흥국 증시·정크본드"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를 특정한 채 투자 포지션을 취하는 건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며, 여러가지 잠재적인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확실하다고 믿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테리 스패스 시에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CIO는 미국의 경제·정치 리스크를 피하기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좋다는 게 황금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인 정크본드도 미국 대선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투자처로 꼽았다. 정크본드는 주식과 상관관계가 짙은 위험자산이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 주가 하락에 따른 충격을 떠받치기 좋고, 주가가 뛸 때도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