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금융
[대가의 투자레시피]"주식투자, 길게 보면 지키는 게 이기는 법"①워렌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
  • 이명헌 기자
  • 승인 2019.10.11 09:00
  • 댓글 0

물 반 고기 반인 황금어장에서는 누구나 아무렇게나 낚싯대를 던져도 월척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은 낚시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거나 자신만의 확실한 노하우가 있어야 대어를 잡는 법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공부를 했거나 수많은 고민을 통해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아니라면 대박은 멀어지고 쪽박만 남는다.

투자에 정답은 없지만 '대가'(大家)의 행보를 되짚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일은 성공에 가까워지는 뚜렷한 길 중 하나다. 이런 의미에서 본 연재는 투자 대가의 철학과 성공 사례를 살펴본다.<편집자 주>

"투자란 철저한 분석으로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만족스러운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투기다."

아마도 대부분 개미가 무슨 재미없는 소리냐고 평가절하할 이 얘기를 한 사람은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 중 하나인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다.

투기의 쓴잔을 마시고 대공황을 이기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1894년 영국에서 도자기 제품 중개업을 하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한 살 때 뉴욕으로 이주해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아홉 살이 되든 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벤저민 그레이엄./사진: 한국투자증권.

그레이엄의 어머니는 부를 빨리 늘리려는 욕심으로 몇몇 사업에 손을 댔다 실패했고 1907년 주식시장 급락 직전 투기적인 주식매매로 가진 돈을 모두 날렸다.

궁핍한 환경에서도 그레이엄은 장학금을 받고 컴럼비아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였다. 졸업할 무렵에는 수화 영어, 철학 등 3개 학과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월가로 나갔다.

그레이엄은 월가에서 승승장구하면서 1926년 뉴먼이라는 회계사와 '그레이엄-뉴먼 코퍼레이션'이란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1929년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로 평가되는 '대공황'이란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대공황은 그레이엄의 진가를 오히려 두드러지게 했다. 그레이엄은 대공황 시절 큰 손실을 냈지만 5년 만에 원금을 회복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대공황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는 데 25년이 걸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빠른 것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투자 수익률./자료: 존 리즈, 잭 포핸드 '천재 투자자들', 벤저민 그레리엄 '현명한 투자자', 한국투자증권.(단위: %)

어머니의 투기적 주식매매로 궁핍한 삶을 살았던 게 약이 됐다. 그레이엄은 원금 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런 만큼 큰 시세차익보다는 원금을 지킬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았다.

특히 대공황을 겪은 뒤로는 더욱 보수적인 투자를 했다. 덕분에 그레이엄의 회사는 대공황 이후 단 한 번도 고객의 돈을 잃은 적이 없다.

"아주 쌀 때 사면 걱정이 없다"

그레이엄은 워런 버핏이 주주 서한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 서적이라고 평가한 '현명한 투자자'를 저술했다. 이 책은 그레이엄의 아이디어와 투자 방법을 담고 있다.

그레이엄은 여기서 세 가지를 강조하는 데 첫 번째는 주식을 기업의 소유권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주식을 가격에 따라 사고파는 게 아닌 회사에 대한 소유권, 지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 산업 분석, 기업 탐방 등 회사에 대한 완벽한 조사와 이해가 필요하고 주식이 아닌 기업, 가격이 아닌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다음으로는 주식시장을 변덕이 심한 '미스터 마켓'으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미스터 마켓은 하루는 100원짜리 주식을 150원에 사겠다고 하다가 어떤 날은 50원에 팔겠다고 극단으로 행동하는 데 이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란 것이다. 기분이 좋아 주식을 싸게 준다면 싸게 사고 비싸게 판다면 비싸게 사란 얘기다.

 

자료: 존 리즈, 잭 포핸드 '천재 투자자들', 한국투자증권.

마지막은 안전마진이다. 분석과 예측에는 오류나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기업의 적정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수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그레이엄은 주식을 매수할 때 시가총액이 순유동자산(유동자산-총부채)의 3분의 2 가격에 거래될 때 사라고 했다. 순유동자산은 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는 자산으로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투자법은 '담배꽁초 투자법'이라고도 불리는 데 담배 한 개비를 주워 한 모금만 피우고 버리듯 저평가된 기업을 매수해 적정가격에 파는 방식이다.

그레이엄의 투자 원칙은 △철저하고 완벽한 분석이 선행돼야 투자를 할 수 있고 △안전마진 수준까지 떨어진 뒤에 매수해 주식을 비싼 값에 사는 것을 막고 △주식시장은 원래 변덕스러우니 상승이나 하락 어느 한 방향으로 계속 갈 것이란 기대를 하지 말라로 다시 정리할 수 있다.

<본고는 한국투자증권에서 발간한 'GURU CLUB'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이명헌 기자  lmh@businessplus.kr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