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보험료 인하로 누적 적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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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대를 넘어서며 손해보험업계 전반에 보험료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한 대형 손보사가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검토를 공식 언급한 것을 계기로 다른 주요 손해보험사들 역시 손해율 악화에 따른 '요율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14일 보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4년 연속 이어진 보험료 인하로 누적된 적자가 더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인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이 너무 높아 불가피한 대응"이라며 "몇 년간 계속 내렸던 보험료를 정상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고 건수보다 건당 지급액 상승, 한방병원 진료 확대 등이 손해율 악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요 손보사들은 올해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전 업계가 자동차보험에서 손실을 보고 있어 요율 인상 논의가 불가피하다"며 "보험료 결정은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 회사 단독으로 추진할 수는 없지만 업계 전반의 손익 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 지출이 계속 늘고 있지만 정부의 보험료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손해율이 높아졌다"며 "내부적으로 사고 감축, 심사 강화 등 비용 절감책을 시행 중이나 실효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 완전 자율 조정이 불가능하다"며 "겉으로는 시장 자율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국의 인하 압박이 이어져 왔다"고 전했다. 그는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운행량 감소, 속도 제한, 정비수가 안정화 등으로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면서 보험료 인하가 이어졌지만 작년부터 이미 악화가 감지된 상태에서 올해도 인하가 단행돼 손익 구조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업계 전반의 손해율 악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주요 대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4.1%로 전년 동기 대비 7.8%포인트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손익분기점이 80~82% 수준임을 고려하면 업계 전체가 적자 구간에 진입한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율 0.1%포인트 차이로도 수천억원 손익이 갈릴 만큼 민감한 시장"이라며 "올해는 집중호우·폭설 등 기후 요인과 부품비 상승, 한방 진료비 증가 등 복합 요인이 겹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년 연속 보험료 인하는 상생금융 기조 아래 진행된 정책적 결정이었다"며 "소비자 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역인 만큼 내년에도 당국과 조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보험료는 시장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이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적 관리 영역으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손보업계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보험료 조정안을 마련하고 4월 1일 책임개시 계약분부터 새로운 요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데 보험료만 낮추라는 정책이 지속되면 구조적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며 "당국이 시장 여건을 반영한 현실적 조정 폭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내년 초 자동차보험료가 3~5% 수준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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