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2년만에 최악의 하루 낙폭 기록하며 사상 최대 랠리 멈춰
스위스銀 롬바드오디에 "인플레 우려와 글로벌 불안정성이 금 수요 계속 자극"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매입은 금값 하방 지지선"
이번의 금값 하락은 주로 기술적 요인에 의해 발생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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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금값 상승세가 21일(현지시간) 멈춰섰다. 12년만에 하루 낙폭 기준으로 최악을 기록하며 역사적인 랠리 이후 급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스위스 은행 롬바드오디에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상당히 과매수 상태이지만 금의 기본적인 수급 구조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롬바드오디에의 키란 코우식 글로벌 외환 전략가와 루카 빈델리 수석 투자 전략가는 "기술적 신호들이 수요 가속화와 공급 제약이라는 오늘날 좀더 근본적인 환경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06% 내린 온스당 4065.40달러(약 582만7000원)에 마감했다.

현물 가격도 장중 한때 4054.34달러까지 하락하며 2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올해 금 가격은 중앙은행에서부터 사모펀드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확대되는 재정적자, 지정학적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들면서 최대 60% 상승했다.

반면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런 수급 구조야말로 금값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특히 공식 부문의 수요가 금의 핵심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롬바드오디에의 코우식과 빈델리 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금값의 하방 지지선을 형성한다"며 "이들 기관은 2008년 이후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세기 동안 금은 화폐와 유사한 특성을 제공해왔다"며 "지금도 교환의 매개체, 회계 단위, 가치저장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특히 매력적인 게 이런 특성이다. 미국의 막대한 부채가 중앙은행의 주요 준비자산인 국채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코우식과 빈델리 전략가는 "금의 가치가 재정 불확실성으로부터 영향받지 않거나 미 달러화의 광범위한 약세 속에서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을 금으로 더 다변화할 여지가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한 불안감, 광범위한 지정학적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불가능한 관세정책 등을 중앙은행 금 매입의 추가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들은 "거시경제적·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향후 금 수요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것"이라며 12개월 금값 목표치를 온스당 3900달러에서 46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롬바드오디에의 이번 분석은 금값이 급락하는 시점에 나왔다. 투자자들이 올해 가장 붐볐던 거래 가운데 하나였던 금 랠리에서 차익을 실현하며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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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금값 조정에도 랠리가 여전히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더 있다.

뉴욕 소재 투자 리서치 업체 MRB파트너스의 피터 퍼킨스 글로벌 전략 파트너는 2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금의 기본적인 전망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달러가 소폭 반등한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정이 폭등 이후 기술적 지표가 과열된 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건 단순히 모멘텀 거래가 과열된 것일 뿐"이라며 "누군가 ‘이제 팔 때’라고 판단하자 차익실현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의 급등세가 워낙 극단적이어서 단기적인 변동성에 취약해졌다"며 "이 정도 수준의 과매수 구간에 진입하면 조정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하기도 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울리케 호프먼-버차디 글로벌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도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높은 정부 부채,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금 가격을 현재보다 15% 더 오른 온스당 4700달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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