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상승 후 대체로 랠리 약화…추가 상승 이어간 경우 겨우 28%"
"랠리의 정점에 근접하고 있을 수도…머잖아 상당한 조정에 직면할 것"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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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여파로 안전자산 수요가 지속하는 가운데 8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이 또 최고치를 경신하며 온스당 4000달러(약 568만원)대에 안착했다.

로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금 가격은 지난해 24%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54%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금의 매력을 높인 요인으로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달러화와 주요 선진국 통화의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투자자들이 금, 비트코인이나 기타 대체 자산으로 몰려드는 현상), ‘경제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역풍’ 등이 꼽힌다.

뉴스레터 하이일드이코노믹스 창업자인 경제학자 대니얼 올트먼은 7일 금값 상승이 "미국 및 주요 경제권에서 함께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이라는 2중 위험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떠안으면서 금이 탁월한 투자처로 자리잡았다"고 썼다.

현재 금값 상승세가 꺾일 기미는 없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금값을 의미 있게 되돌릴 촉매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며 "올해 중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하며 온스당 5000달러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금의 대규모 랠리에 대해 분석하는 가운데 조정이 임박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값 랠리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신호로 무엇보다 지속적인 상승세를 꼽을 수 있다.

BofA의 폴 시아나 글로벌 최고 기술 전략가는 금값이 7주 연속 꾸준히 상승해왔다며 이는 1970년 이후 18번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잠재적 위험신호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이렇게 장기간 상승한 뒤 대체로 랠리가 약화한데다 이후 5주 동안 추가 상승을 이어간 경우는 겨우 28%였다는 것이다.

시아나 전략가는 "1970년대 이후 1000달러, 2000달러 같은 큰 정수 단위가 금값 추세에서 지지선 혹은 저항선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밝혔다.

시아나 전략가는 두번째로 금값이 최근 랠리의 정점에 근접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초 이후 금값이 2000달러 수준에서 4000달러 수준으로 거의 두 배 상승했다"는 것이다.

온스당 4000달러는 200일 단순이동평균(SMA)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과거에도 금값은 SMA보다 약 25% 높은 수준에서 정점을 찍곤 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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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는 이런 패턴을 고려할 때 현재 시장이 이번 상승 주기의 전환점에 가까워졌을 수 있다며 이후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아나 전략가는 금값이 계속 상승할 수 있는 두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도 두 경우 모두 "머잖아 상당한 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단기 모멘텀에 대해 측정하는 14개월 상대강도지수(RSI)가 금이 과매수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시아나 전략가는 금의 RSI가 80에 접근할 때 정점에 근접했다는 신호라며 이후 조정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RSI가 70을 넘으면 일반적으로 해당 자산이 ‘과매수’ 상태임을 의미한다. 반면 30 이하는 ‘과매도’ 상태로 본다.

따라서 금값은 이미 지난 한 달 넘게 과매수 상태를 유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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