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렸던 날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중 글로벌 빅테크 업계의 이목을 모은 계획이 발표된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3사가 공동으로 1000억 달러(한화 약 140조 원)를 출자하고 2029년까지 최대 5000억 달러(한화 약 700조 원)를 투입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산업을 구축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바로 1994년 개봉됐던 SF 영화에서 이름을 따온 '스타게이트'(Stargate).
스타게이트는 미국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합작 법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합작 법인은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합작해 설립했다.
자본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운영은 오픈AI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RM 등 유력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 파트너로 합류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의장으로 취임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텍사스 애빌린 지역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해 인공지능 기술 및 산업의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게이트에 글로벌 빅테크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신규 시장 창출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 주요 빅테크 업체들은 서버, 네트워킹, 스토리지 등 다양한 컴퓨팅 장비와 반도체 등은 물론 건설 등 다른 산업으로 파생된 신규 시장 수요 촉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이미 미국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오픈AI는 가장 먼저 스타게이트의 첫 거점 지역인 미 텍사스 애빌린에서 데이터 센터가 가동됐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첫 거점인 텍사스 애빌린의 부지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8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1개 동이 가동에 돌입하고 또 다른 동들도 완공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의 데이터센터들은 수십만 개의 AI칩으로 구동된다. 1개 동에 들어가는 AI칩만 약 6만개로, 구동하는데 약 900MW(메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하다.
900MW는 스위스 전체 평균 전력 생산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전기차 40만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스타게이트는 이번 첫 가동을 시작한 텍사스의 또 다른 지역에 2곳, 뉴멕시코에 1곳, 오하이오에 1곳,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국 중서부 지역 1곳에 추가로 데이터센터 단지를 건설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최대 7GW(기가와트)의 전력량을 갖추게 된다.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의 전력량에 맞먹는 규모로 7GW는 미국 주요 도시 1곳의 전체 전력 소비량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같이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AI 시대 원할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AI가 일상화되고 지금보다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데이터와 네트워크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놀라운 기술과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컴퓨팅 제약이 있는 세상에 살았지만, 다시는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게 될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언론 등에 밝힌 얘기다.
최근 스타게이트가 주요 이슈로 주목되는 것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우리나라에 대한 적극적인 프로포즈 행보 때문이다.
이달 초 우리나라를 방문한 올트먼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연쇄 회동을 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와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오픈AI가 주도하고 있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대규모 반도체 자원이 필요한 만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과 원할한 반도체 공급 협력이 절실할 것이란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스타게이트 급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에 반도체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엔비디아 외에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도만이 가능한 현실이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비용 투자가 들어가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반도 업계 등 IT 기술 기업은 물론 건설사 등으로 파생돼 신규 시장과 수요 창출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 키워드로 'AI'를 선정한 것 역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실제 방한한 올트먼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것도 이같은 기대감을 높이게 했다.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1일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 대통령과 회동한 올트먼 CEO는 "한국의 세계 최고 제조업 베이스는 AI에 필수적인 산업기반"이라며 "과장이 아니라 한국 없이는 AI를 발전시킬 수 없다. 한국과 함께 성공스토리를 쓰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이 역사적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수행에 '한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적극적인 프로포즈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AI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AI를 구축해 실제 적용하는데) 한국만한 곳이 없다"고 화답했다.
특히 올트먼 CEO의 프로포즈는 이 대통령 접견 직후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가시화됐다.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과기정통부와 오픈는 한국 AI 생태계의 지역 균형 발전, 공공부문 AI 전환, AI 인재 양성 프로젝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등에 협력을 약속했다.
한국이 AI 허브 국가로 도약하는데 올트먼과 오픈 AI가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낸 셈이다.
'세계 AI 3대 강국 달성'을 국정 핵심 목표로 천명했던 이 대통령과 전 세계 역사상 전무한 대규모 IT프로젝트를 수행 중이 올트먼의 만남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올라타 글로벌 AI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다질지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