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형 건설현장서 잇달아 사고 발생
처벌보다는 안전 비용 확대 증가에 따른 대안 나와야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점검을 거듭하는데도 끊이지 않으면서 시행 3년이 지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상 사고·질병 등을 합친 산업 현장 재해자는 지난해 14만2771명이었다. 2018년 이후 최대치다. 법 통과 직전인 2020년(10만8379명)과 유예기간이던 2021년(12만2713명)과 비교해도 증가했다.
사망자 수에도 큰 변화는 없다. 2022년 2223명이었는데 2023년 2016명으로 줄었다가 2024년 2098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유예기간이던 2021년(2080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늘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법이 적용되는 사고와 재해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징벌 배상을 하게 돼 있는데, 징벌 배상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처벌 대상을 넓히면 반발이 심할 거 같고, 징벌 배상의 범위를 좀 넓히는 것은 어떤가"라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 발생 시 추락방지시설 (설치) 비용 곱하기 몇 배, 매출의 몇 배(로 징벌 배상을 청구할지) 그런 검토를 해보라"며 "형사처벌보다 과징금이 훨씬 효과가 있다. 벌금으로 해봤자 300만원, 500만원인데 지금은 제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가 고강도 규제로 전방위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발생 법인에 영업이익 5%(하한 30억원) 이내 과징금 부과 △건설업 영업정지 요건 연간 다수 사망사고로 확대 △3년간 영업정지 2회 처분 후 추가 사고 시 건설업 등록 말소 △공공입찰 참가 제한 기준 강화 등이다.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화, 소규모 사업장 안전장비 구입 지원 등 제도 개선안도 포함됐으나, 대부분 중대 산재 발생 시 처벌 수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제재 조항은 산재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건설업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2023년 국내 건설업 사고사망만인율은 OECD 10대국 중 최고 수준인 1.59퍼밀리아드로, 10대국 평균 0.78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2023년 2분기까지 건설업 사망 근로자는 138명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DL건설 등에서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업계는 산재 근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산업 활동 위축 가능성을 우려한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된 가운데 과징금까지 부담하면 생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종합건설업체 영업이익률은 3.98% 수준이며, 2023~2024년에는 3.14~3.15%에 머문다. 과징금 부과 기준인 영업이익 5%를 적용하면 대우건설은 약 201억원, DL이앤씨 135억원, GS건설 143억원, 포스코이앤씨 31억원의 과징금을 부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3%대에 불과한데, 사망사고 단 한 건에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내라는 것은 기업 존립에 위협"이라며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나친 제재가 건설 현장과 부동산 시장까지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령 및 기준 정비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양적 확대 △자율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실효성 있는 경제적 제재 방안 도입 등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려면 공사기간 연장과 안전을 위한 공사비용 확대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현재 나온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동대책 등이 처벌에만 집중돼 있는데, 이보다는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 수 있는 '비용 증가'에 대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