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6년 동안 우리나라의 근대화·산업화의 견인차였던 우리금융그룹이 사명감과 진정성을 갖고 이번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대한민국 경제의 회복과 성장에 기여하겠다."

우리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9일 오전 서울 회현동 본사에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최고경영자(CEO) 합동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기업금융 명가로서 축적해 온 노하우와 강점,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통해 진용을 갖춘 자회사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창업과 성장, 도약 등 기업 성장단계별 지원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현 상황을 저성장 국면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전환기로 보고 첨단전략산업 육성 등 생산적 금융 전환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계·주택담보대출 중심에서 생산적 금융으로 자금 흐름을 돌려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생산적 금융은 73조원 규모다.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 그룹 자체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으로 구성됐다. 국민성장펀드 10조원은 지난달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대회에서 150조원을 제시한 이후 민간 첫 추진 사례로, 민간·국민기금 75조원의 약 13%에 달하는 규모다.

그룹 자체투자 7조원은 그룹 공동투자펀드 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으로 추진된다. 그룹 공동투자펀드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자회사가 조성한 금액을 우리자산운용 등이 운용해 AI, 바이오, 방산 등 10대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자본 여력을 확대해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Pre-IPO, IPO 등 성장단계별로 5년간 총 1조원의 모험자본을 공급하기로 했다.

융자 56조원은 K-Tech 프로그램 19조원, 지역 소재 첨단전략산업 육성 16조원, 혁신 벤처기업 지원 11조원, 국가 주력산업 수출기업 지원 7조원, 우량 중소기업 첨단인력 양성 및 소상공인 금융 지원 3조원 등으로 배분됐다.

K-Tech 프로그램은 AI, 바이오, 방산 등 첨단전략산업 핵심 대표기업 1개사를 중심으로 중견·중소·벤처기업까지 연결해 국내 산업의 'K-Tech Value Chain'을 금융으로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지역 소재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배정된 16조원은 지방 우수 기술기업 지원을 통해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융자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신상품도 연이어 출시된다. 지난 6월 '우리 성장산업 수출입 패키지'와 9월 '우리지역 선도기업 대출'에 이어 이달부터는 은행권 최초로 은행이 납부금 일부를 지원하는 '우리 상생 내일채움공제' 상품을 내놨다. 10월에는 '우리 벤처기업 성장대출' 출시가 예정돼 있다.

포용금융 7조원은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확대 7조원, 상생·보증대출 재원 출연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 480억원, 배드뱅크 지원 등 정부 연계사업 1000억원으로 구성됐다. 현재 6개인 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를 11개까지 늘려 현장 밀착형 대면 지원을 강화하고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금리 우대도 계속 확대한다.

이를 통해 매년 11만명씩 5년간 총 55만명의 소상공인·취약계층에 따뜻한 금융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CB(외부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 신규 고객에게 0.3%포인트 금리 인하를 새로 적용하고, 기존 성실상환 고객 중 CSS(은행 자체 신용등급) 4~7등급에게는 0.4%포인트, CSS 8등급 이하에게는 1.5%포인트 금리 인하를 통해 금융비용 경감에 나선다.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힘을 쏟는다. 지난 7월 그룹 회장 직속으로 소비자보호실을 신설한 데 이어 소비자보호총괄임원 임기를 2년 보장하고 이사회에 임면권을 부여하는 등 거버넌스를 강화했다. 은행에 신설하는 '금융사기예방부'는 은행권 최초 금융사기 예방 전담부서로,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우리금융은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따른 자본 안정성·건전성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했다. 주택담보·임대사업자 대출을 첨단전략산업 대출로 전환하는 등 자산을 리밸런싱하고, 당국이 추진하는 위험가중치 조정분을 생산적 금융에 우선 반영해 자본 안정성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투자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은행에 투자 전담 심사조직을 신설하고 그룹 신용평가모형도 고도화했으며, 비은행 자회사의 심사 프로세스도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동일 기업에 대한 직·간접 투자의 중복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권역별로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여신·투자종합지원 조직을 구축해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 전환, 투자 중심 금융지원을 위한 효율적 의사결정과 속도 향상,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위해 우리금융은 AI 기반 경영시스템 전환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미 그룹 AX(AI 대전환)를 위해 거버넌스, 성과평가, 인프라 등의 추진체계를 구축했으며, 기업여신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우선 도입한다.

서류 등록부터 지원대상 선정, 심사 지원, 서류 진위 및 정보 검수, 여신 사후관리 등 기업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AI 지원 기능이 도입된다. 기업금융 전문가인 RM들도 AI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게 된다. AI가 여러 곳에 분산된 영업 및 상품 정보를 통합 분석해 RM들에게 제공하고, 사후관리 역시 AI가 담당해 업무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은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그룹 회장이 주재하고 자회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를 가동한다. 프로젝트의 성과 관리와 리스크 현황 점검을 진행하며 실질적인 목표 완수에 주력할 방침이다.

자회사별 성과평가에도 '생산적·포용금융' 배점을 최대 30% 비중으로 신설한다. 첨단전략산업 및 관련 생태계 여신 지원 시 KPI 평가 우대를 적용하는 등 전 그룹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조직 체계도 새롭게 정비했다. 은행은 '생산적 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해 관련 업무에 대한 콘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특화채널(BIZ프라임센터)에 AI, 반도체 등 업종별 전담팀을 신설하고, 여의도 FI기업영업본부를 '생산적금융 기업영업본부(가칭)'로 개편해 국민성장펀드 등 투자 확대에 집중한다.

경영연구소도 '생산적금융 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해 관련 유망 분야 발굴 및 산업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전 그룹 자회사의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확장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동 프로젝트를 통해 17조원의 투자 규모가 지난 5년간 실행했던 투자 실적의 2배 규모에 해당해 향후 투자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56조원이 투입되는 융자를 통해 지난 5년간 4% 수준이던 기업대출 성장률을 향후 1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 비중을 현재 50%에서 60%까지 확대하고,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구조를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기업금융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포용금융 역시 지난 5년간 5조원 수준이었으나 향후 7조원으로 약 40% 늘려 총 55만명의 소상공인·취약계층이 직접적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종룡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완수를 통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이뤄 나가겠다"며 "우리금융 지속 성장의 기반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정진완 은행장을 비롯해 남기천 증권, 곽희필 보험(ABL), 이석태 저축은행, 최승재 자산운용, 김창규 벤처파트너스, 강신국 PE 등 자회사 CEO가 참석해 그룹 차원의 동참 의지를 나타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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