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분리시 책임 떠넘기기 우려…"효율성·책임성 오히려 악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현행 체제로 유지하기로 한 정부·여당의 결정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보호와 감독 기능은 사실상 분리하기 어렵고 기능을 나눌 경우 효율성과 책임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와 감독은 서로 보완적 관계에 있고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면 소비자 보호도 자연스럽게 가능하다"며 "기능을 따로 떼어내면 기관 간 중복과 책임 떠넘기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될 위험이 있어 이번 철회는 금융회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업무를 쪼개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감독원 소비자원 기재부 등 여러 기관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며 "이는 업무 비효율을 키우고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그는 "영국 역시 한때 소비자 보호 기능을 별도로 떼어냈다가 비효율과 책임소재 불명확 문제로 다시 합쳤다"며 "조직 개편이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집행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폭우 속에서도 국회 앞 집회를 이어가던 금감원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박수와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분리 철회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소비자 보호를 우선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부서 이동 걱정이 사라졌다"는 안도감과 함께 "공공기관 지정 여부나 금융감독 독립성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신중론도 교차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철회가 사실상 공약 후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 조직을 불안정한 상태로 둘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추후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긋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들어갔으며 범여권은 국회법에 따라 26일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의가 애초에 제기된 배경은 기존 감독 체계와 소비자 보호 업무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이 내부적으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유사한 개편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도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당국 스스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감독과 소비자 보호가 함께 강화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