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위원장 "노동만 하러 태어난 거 아냐"
"디지털 소외계층 불편은 설득력 부족"
"오늘 주 4.5일제를 쟁취하는 투쟁을 시작한다. 2002년 금융노조가 주 5일제를 쟁취한 지 23년 만의 또 다른 노동시간 단축 투쟁이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노동만 하러 태어난게 아니라 행복하러 태어났다"며 "저출생·지방 소멸 등 복합 위기 상황에서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이 나라에 무엇을 기대하겠느냐"고 강조했다.
주 4.5일제 전면 도입 등을 요구하며 3년 만에 열린 이날 총파업 집회는 전국 시중은행·지방은행·국책은행·국책금융기관 등 42개 지부 소속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외에도 △실질임금 3.9% 인상 △정년 연장 △신입 채용 확대 등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이번 집회에 참여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시간 근무하는 국가에 속하는데 주 4.5일제는 저출생 문제와 지방 소멸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강도와 관련해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직원들의 70% 이상이 대면 업무를 하고 있으며 거의 감정 노동자처럼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력을 줄이면서 한 명당 해야 하는 업무 종류가 많아져 스트레스가 훨씬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주 4.5일제 도입 시 디지털 소외계층이 겪는 불편에 대해 관계자는 "시니어분들은 아침에 영업장 문이 열리면 바로 온다"며 "주 4.5일제를 한다고 금요일 오후에 못 오실 분들은 아니기 때문에 디지털 소외계층이 불편해진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 4.5일제 정책 관련해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선 공약사항이었으면 정책 자료를 만들어서 추진해야 하는데 몇 달 지나는 사이에 관세·정상회담·부동산 대책 등 때문에 밀려나 있어서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4월 16일 결의대회날 대통령실에서 고용노동부 국정과제로 지정했고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에서 연구를 맡겨서 탄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 한 참여자는 "옛날에는 정말 투쟁하고 싸울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며 "금융업의 특성상 근무지가 분산돼있고 순환직이어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 많아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친 뒤 서울역을 거쳐 대통령실 맞은편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날 총파업에도 전국 은행 영업점 대부분이 정상 운영해 큰 고객 불편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노조의 요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부족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중·특수·지방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약 1억1200만원으로 전체 5인 이상 사업장 평균(5338만원)의 두 배를 웃돈다.
다만 김형선 위원장은 "5년 동안 시중은행 점포는 765개가 폐쇄됐고 7000명의 직원이 감축됐다"며 "번아웃과 정신질환으로 매일 고통받는 조합원들을 위한 노동시간 단축 요구가 탐욕이냐"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이번 경고성 파업을 하루 진행하고 교섭 상황에 따라 추가 행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류지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