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연구원 안용섭 원장, 5가지 실천전략과 정부 지원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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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지현 비즈니스플러스 기자

한국 캐피탈 산업이 구조적 생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포용금융 확대를 통한 돌파구 모색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2일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포용금융 확대를 위한 캐피탈사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캐피탈 산업은 단순한 경기 순환 문제를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포용금융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캐피탈 산업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삼중고'로 규정했다. 첫째는 고비용 자금 조달 구조다. 예금 수신 기능이 없어 회사채 발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캐피탈사는 금리 상승기에 조달 비용이 급등하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실제로 A등급 이하 캐피탈사의 조달 금리는 여전히 4~5%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BBB등급 이하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는 경쟁 심화다. 전통적 수익원이었던 자동차 금융과 신용 대출 시장에 은행과 카드사가 본격 진출하면서 캐피탈사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셋째는 편중된 여신 포트폴리오다. 앞선 두 요인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의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

통계적으로 총자산 대비 리스 자산 비중은 2013년 42%에서 2024년 33%로 감소한 반면 기업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27.5%에서 38.2%로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 PF 대출 비중은 2014년 7%에서 2022년 22%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로 인해 2025년 3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4.4%에 달하며 전체 연체율도 2.1%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 상반기 캐피탈 업계의 순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9% 감소하는 등 수익성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안 원장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전략적 돌파구로 포용금융을 제시했다. 그는 "포용금융은 서민금융, 상생금융, 사회적 금융, 녹색금융, ESG 경영을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라며 "금융 소외 계층을 포용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며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역동적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현재 캐피탈 업계의 포용금융 활동은 대부분 핵심 비즈니스와 분리된 사회공헌활동(CSR)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중금리 대출은 높은 리스크 우려로 공급 규모가 제한적이고, ESG 채권은 발행 노력은 있으나 조달 자금이 혁신적 금융 상품 운용과 명확히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안 원장은 캐피탈사의 포용 역할 확대를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 5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강조된 건 상품 혁신과 다각화다. 무의미한 금리 경쟁에서 벗어나 캐피탈만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배달용 전기차, 주방 설비 등 소상공인 필수 장비 대상 마이크로리스, 온라인 판매자 매출 채권 조기 현금화 팩토링 서비스, 대기업 신용 기반 공급망 금융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ESG 사회적 채권 발행 확대도 강조했다. 친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프로젝트와 연계된 채권을 발행해 그리니엄(금리 인하) 효과를 통해 조달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

또 개방형 플랫폼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모델을 벤치마킹해 핀테크 플랫폼은 고객 모집과 초기 심사를, 캐피탈사는 최종 심사와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자로의 확장도 중요한 과제로 내놨다. 단순 자금 공급자에서 벗어나 차주의 성공적 성장을 돕는 파트너 역할로 확장해야 한다. 소상공인 대상 경영 컨설팅, 디지털 전환 지원 등 종합적 비금융 서비스 제공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AI 기반 하이브리드 신용평가 시스템 구축이다. 기존 고객의 추가 대출 가능성과 신규 고객 신용도를 정밀 분석할 수 있는 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중금리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안 원장은 포용금융 확대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제안사항으로 캐피탈사의 정책서민금융 상품 취급 허용, 여신전문금융업법 현대화를 통한 포용금융의 주요 업무 명시, 포용금융 실적 우수 캐피탈사에 대한 레버리지 비율 등 규제 완화 인센티브 제공, 포용금융 지수 도입을 통한 평가 시스템 구축, 중금리 대출 인정 상품 범위 확대 등을 들었다.

특히 가장 시급한 PF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캐피탈사 자체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정부의 부실 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포용금융 확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든 경제 주체의 상생 전략"이라며 "금융 소비자는 접근성과 편의성을 얻고 국가는 금융 안정성을 높이며 경제 성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고통스럽지만 캐피탈사의 자체적 혁신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결합될 때 위기에 처한 산업이 사회적으로 더 가치 있는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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