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 보상보험·탐지시스템 등으로 대비

정부가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보상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보상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일환으로 금융위원회가 무과실 배상책임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입장과 대응 현황이 주목받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무과실 배상책임제 도입 관련 배상한도와 방법 등 논의에 들어갔다.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금융사의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보이스피싱 피해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춘 금융사들이 보이스피싱 예방에 적극 나서도록 유인을 제공하고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현재 은행권은 '비대면 금융사고 자율배상 제도' 운영을 통해 은행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경우 피해액의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하고 있다. 은행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등 의심 거래를 탐지하지 못했거나 탐지 후 대응이 지연된 경우 등을 의미한다.

무과실 배상책임제는 은행이 피해자의 직접 송금에도 배상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권은 기존 자율배상 체계보다 부담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 내용이 확정되면 범위에 따라 충당금·내부통제 보완 등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며 "구체적 영향은 최종 기준 확정 후 판단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거래 절차 강화에 따른 고객 불편이나 과실 범위에 대한 논란 정도가 현장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은 정부의 기조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보상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전국 652개 영업점에 보이스피싱 대응 전담 '안심지킴이 창구'를 설치하고 인공지능(AI) 이상행동탐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을 전국 모든 영업점으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사앱 '신한 슈퍼SOL' 고객 대상으로 '신한 슈퍼SOL 금융안심보험'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거래등급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1년 단위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및 착오송금 회수 비용을 보장하며 거래가 없더라도 가입만으로 최대 300만원까지 보상해준다.

우리은행은 전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앱 '우리WON뱅킹'을 설치한 뒤 제휴 보이스피싱 방지앱 또는 전자금융사기예방서비스 중 1개 이상에 가입하면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다만 보이스피싱 취약계층(20대, 50대 이상)은 보이스피싱 방지앱 '싹다잡아'만 설치해도 가입이 가능하다. 보험료는 무료이며 보장 기간은 1년이고 사고당 보상 한도는 최대 1000만원이다.

KB국민은행은 보이스피싱 전담 인력을 기존 11명에서 25명으로 2배 이상 늘렸고 AI 시스템을 강화해 지난달에만 사기계좌 1306건을 적발하며 약 225억원의 피해를 사전에 막았다. 이와 함께 'KB스타클럽'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시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피해액의 70%를 보상하는 무료 보험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새롭게 도입해 의심스러운 거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자사앱 '하나원큐'에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탑재해 월평균 1000건 이상의 피해를 사전에 막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업계는 본인확인 강화·이상거래 탐지 고도화 등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며 "제도 역시 예방 중심으로 정교화될수록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지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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