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배송부터 NFC까지, 첨단기술 악용한 신종 사기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이 단순한 전화·문자 사기를 넘어 첨단 기술을 결합한 신종 금융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카드 배송 사칭, 기관 사칭형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NFC(근거리 무선 통신) 방식을 악용해 해외 카드 정보를 탈취·결제하는 사례까지 적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 따르면 올해 1~2월 카드 배송원을 사칭한 전화 보이스피싱 제보 건수는 1만1158건으로 전년 동기 234건에서 466.3% 급증했다. 불과 두 달 만에 지난해 전체 건수의 38.7%가 접수된 것이다. 피해자 중에는 한 번에 16억~17억원을 잃은 사례도 있었고 지난해 1억원 이상 고액 피해자는 1431명으로 2023년 대비 251.6% 늘었다.
범죄 시나리오는 정교하다. "카드가 발급됐다"는 전화로 접근해 가짜 카드사 고객센터로 연결시키고 상담원 역할을 맡은 범죄자가 개인정보 유출을 언급하며 원격제어 앱 설치를 유도한다. 이후 악성 앱에 감염된 스마트폰으로 '금융감독원' '검찰청' 발신번호를 위장해 전화를 걸고 금감원 직원은 '선한 역할', 검사는 '악역'을 맡아 피해자의 심리를 압박한다. 실제 서울 강남의 60대 여성은 이 같은 수법에 속아 일주일 동안 4억5000만원을 보냈다.
M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수법도 늘고 있다. 가짜 구속영장 제시, 해외 메신저(텔레그램·시그널) 사용 강요, 구형 휴대전화 개통을 통한 통제, '셀프 감금'까지 진화한 방식이 등장했다. 올해 1~8월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6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1% 늘었으며 피해자 절반 이상(52.5%)이 20~30대였다.
여기에 최근 적발된 NFC 악용 신종 금융범죄는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해외 신용카드 정보를 빼돌려 국내 가짜 가맹점에서 NFC 결제로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을 검거했다. 범죄 조직은 중국에서 스미싱으로 피해자 휴대폰에 악성 앱을 설치해 카드 정보를 탈취한 뒤 이를 휴대전화에 등록해 단말기에 대는 방식으로 결제를 진행했다. 컴퓨터 화면에 띄운 카드 이미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등록하면 곧바로 사용이 가능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위장 가맹점을 개설하고 단말기를 중국으로 빼돌려 허위 매출을 발생시켰으며 명의를 빌려준 이들에게는 최대 18%의 수수료를 약속했다. 특히 해외 카드 결제의 경우 국내 카드사가 대금을 선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해 피해자가 도용 사실을 알기 전까지 5만원 이하 소액 결제를 반복했다. 경찰은 조직원 4명 중 2명을 구속하고 총책을 추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 배송 사칭에서 NFC 결제 악용까지 범죄 조직은 소비자의 일상과 기술 변화를 정밀하게 노린다"며 "금융회사와 당국은 실시간 탐지 체계를 강화하고 소비자는 앱 설치·추가 결제 요구에 무조건 거절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