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전 지속…3월 정기 주총서 고려아연 측이 승리했지만 내년 3월 재대결 불가피
75년간 이어진 공동경영을 했던 영풍과 고려아연이 후대에 이르러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은지 약 1년이 지났다. 지난해 9월 촉발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지분 공개매수 공세에 고려아연 임직원들은 출혈을 감수하는 총력전으로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MBK·영풍 연합은 인수전 과정에서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여전히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경영권 분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작년 9월 영풍이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7.0∼14.6%를 주당 66만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고려아연은 '약탈적 M&A'라며 반발했지만, MBK·영풍 연합은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올리며, 더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MBK·영풍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8만원 더 높은 83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는 등 맞불을 놨다.
양측이 지분매입 경쟁에 쓴 자금은 각각 9173억원, 2조750억원이다. 추가로 고려아연은 영풍정밀 공개매수까지 나서면서 1920억원의 돈을 추가로 더 지출했다. 양측이 쓴 자금만 3조2000억원에 달한다.
소송전도 치열했다.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에 대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수십건의 고소·고발·가처분을 제기하며 공세를 폈고, 고려아연도 이에 맞서 소송전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발생한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은 2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5건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경영권 분쟁은 지난 1년간 수차례 분수령을 맞았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올해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였다.
고려아연은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과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데 성공, 신규 이사를 대거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MBK·영풍 연합의 시도를 막아냈다.
이에 내년 3월 주총이 주목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멤버는 총 19명으로, 직무 정지 상태인 4명을 제외하면 15명이 실제 활동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은 고려아연 측 11명 대 MBK·영풍 연합 측 4명으로 고려아연 측이 우세하지만, 이같은 구도는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는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의 임기 만료로 또다시 후임 이사 인선을 놓고 표 대결이 예상된다.
지난 3월 주총 결의로 앞으로 이사 선출 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MBK·영풍 연합의 이사회 과반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은 여론전 공방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주장하는 최대주주의 '적대적 M&A 프레임'은 독단적 전횡을 지속하고픈 '경영 대리인'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라며 "고려아연의 이사회 독립성, 경영 투명성, 책임 경영이 제도화될 때까지,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지배구조가 바로 설 때까지 흔들림 없이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기업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MBK·영풍의 거짓과 왜곡, 탐욕으로부터 그리고 국가기간산업과 전략광물 허브, 탈중국 공급망을 흔들려는 해외자본으로부터 고려아연을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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