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모니·게르마늄 수출 본격화…美 방산·배터리 산업 공급망에 진입
IRA·DPA 정책 맞물려 '비중국계 정제기업'으로 전략적 가치 부각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지난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지난 8월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이 대내외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제련 본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시장 진출과 신사업 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금속 가격 변동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 등 3대 신사업을 미래 핵심축으로 삼고 사업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틀을 넘어, 친환경 에너지와 자원순환 중심의 '그린 메탈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고려아연의 행보를 2회에 걸쳐 드려다본다.[편집자 주]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중심의 전략광물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실적 개선과 산업 외교적 입지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중국의 희소금속 수출 통제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의 '탈중국' 정책이 고려아연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전략광물의 생산 및 수출을 확대하며 미국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안티모니는 방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미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중을 대폭 낮추는 중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확보한 정제 및 가공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고려아연의 미국향 안티모니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매출 증가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6월부터 미국으로 직수출이 시작됐고 첫 물량은 약 20t이었다. 회사 측은 올해 미국 수출 목표를 약 100t, 내년에는 240t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제품 다변화를 넘어 미국 공급망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려아연의 미국 내 입지는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자원안보 파트너'로의 위상 변화를 예고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국방생산법(DPA)을 통해 비우호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 중이며, 한국은 우호국 내에서 안정적 공급처를 제공할 수 있는 핵심국으로 꼽힌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고려아연은 반도체, 배터리, 군수 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원으로 평가받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특히 미국 현지에서 추진 중인 재활용 광물 정제 사업과 합작법인 설립 논의는 공급망 안정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북미 기업과의 관계를 통해 사용 후 금속·산화물 재활용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이미 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행보가 단기 실적뿐 아니라 장기적 산업 구조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한국은 기술력과 생산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우호국이다. 고려아연의 미국 진출은 이 흐름 속에서 '소재 자립'을 실현하는 첫 번째 사례로 평가된다. 정책 환경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열어가는, 전형적인 공급망 전환기로 보인다. 이에 실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려아연이 단순한 비철금속 업체를 넘어 '전략광물 공급망의 허브'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으며, 이에 부합하는 유일한 비중국계 정제기업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자원안보와 실적 개선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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