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칭·통장 동결 협박
은행連, 민원 처리 절차 간소화
은행권도 안심서비스 등 대응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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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음성을 활용한 사기부터 메신저 피싱, 보이스피싱, 통장묶기까지 금융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수법은 갈수록 진화 중이다. 이에 맞서 금융권은 보안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비즈니스플러스>는 급변하는 금융사기 트렌드와 이에 대응하는 금융권의 방어 전략을 심층적으로 다뤄, 독자들에게 금융 안전망의 현재와 과제를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최근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무관함에도 계좌가 동결되거나 심지어 복구를 명목으로 금전 요구까지 받고 있다. 사기 수법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권의 노력도 한층 확대되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장 악질적인 수법으로 지목되는 유형은 대검찰청, 경찰, 주한 영사관 등을 사칭한 피싱 범죄다. 범죄자는 영상통화나 전화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긴급 조사를 명분 삼아 검찰청 공식 홈페이지를 모방한 가짜 웹사이트 링크를 전송한다. 해당 사이트에 개인정보나 금융정보를 입력하면 사기범은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의 은행계좌에 접속해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실행해 통장의 자금을 인출해 간다.

올해 들어서는 딥페이크 기술까지 악용되고 있다. 유명 검사나 공무원의 얼굴·음성을 위조해 영상통화로 피해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고 가짜 형사사법포털 사이트 등을 접속하도록 유도한다. 피해 건수 자체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1인당 피해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으며 평균 피해금액은 1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와 별개로 급증하는 '통장 묶기' 사기 수법도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유형은 제3자가 아무 연관 없는 피해자 계좌에 고의로 돈을 송금한 뒤, 해당 계좌를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고 허위 신고해 강제로 지급정지를 거는 방식이다. 이후 '가짜 은행 직원'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계좌를 풀려면 복구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금전을 갈취하는 2차 범죄로 연결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 같은 수법은 월평균 300건 이상 발생했고 자영업자나 고령층, 금융정보에 취약한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수일 또는 수주간 계좌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며 카드 연체, 공과금 미납, 신용점수 하락 등의 실질 피해를 입고 있다.

은행권은 점점 고도화되는 이들 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23일부터 전면 시행된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피해자가 원할 경우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대출 등 신규 여신성 금융거래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객 스스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됨에 따라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사기범이 자금을 인출하는 데는 제약이 걸리게 된다.

또한 은행 앱 내 알림톡 기능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경고 알림을 강화하고 영업점 모니터와 현장 안내문을 통해 고객 인지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앱이나 APK(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패키지) 파일의 설치를 제한하도록 안내하고 통화 중 금융정보를 요구하는 사례에 대한 리스크 고지 활동도 병행 중이다.

통장 묶기 피해와 관련해서는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민원 처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기준, 지급정지 민원 처리 평균 기간을 종전 3일에서 1.5일로 단축했으며 동결된 계좌의 소유주에게는 은행이 먼저 직접 연락해 진위 확인을 우선 진행하는 절차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가짜 신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금융활동의 빠른 복구를 돕는 구조로 개선되고 있다.

은행들은 범죄 대응 범위를 금융 내부를 넘어 정부기관과의 협력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과의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해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했으며 대포통장과 대포폰 이용 정황이 탐지될 경우 실시간 차단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고객이 사전에 신청하면 신용대출, 카드론 등 신규 여신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피해자 자금 유출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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