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거시경제 리스크와 '脫달러화'가 배경
골드만삭스의 흥미로운 보고서 “금은 석유보다 맨해튼 부동산에 더 가까워”
"금값은 전통적 수요·공급 법칙보다 '소유권 이동'에 의해 좌우돼"
"금은 소비되지 않고 축적되며 금고, 중앙은행, 보석함에 보관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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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은행 UBS가 내년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거시경제 리스크와 탈(脫)달러화 흐름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증가를 예상한 결과다.

UBS는 최근 고객들에게 발송한 노트에서 내년 1분기 금값이 온스당 3600달러(약 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와 연말 전망치보다 100달러 높은 수준이다.

이어 내년 6월과 9월에도 금값이 더 올라 37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UBS는 이번 금값 전망치 상향이 금 상장지수펀드(ETF)와 중앙은행의 강력한 수요, 세계적으로 달러 대신 금을 선호 준비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미국의 거시경제 리스크,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의문,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지정학적 요인들이 탈달러화를 가속화하고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을 촉진하고 있다"면서 "이런 요소들이 금값 상승을 더 이끌 것"으로 봤다.

이런 요인들이 지금까지 금값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글로벌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안전자산 수요가 급증하며 금값은 3500달러를 돌파했다.

중앙은행들은 금 가격 상승에도 꾸준히 금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도 1000t에 가까운 매입이 예상된다.

UBS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다소 줄 순 있겠지만 여전히 강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세계 금 수요가 4760t으로 약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1년 이래 최고치다.

UBS는 이런 수요 증가가 올해 주요 자산으로서 금의 입지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온스당 금값(달러) 추이 / 자료: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시티은행도 이달 초순 금에 대한 단기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 향후 3개월 내 금이 3300~3600달러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연말에 3700달러, 내년 중반 4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17일(현지시간) 공개한 흥미로운 보고서에서 금이 원자재이긴 하지만 금값의 흐름은 석유보다 미국 맨해튼 최고급 부동산과 더 유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은 석유나 가스처럼 소비되는 게 아니라 축적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채굴된 금은 약 22만t에 이른다. 대부분 여전히 존재하며 금고, 중앙은행, 보석함에 보관돼 있다.

해마다 새롭게 생산되는 금은 기존 공급량 대비 1% 남짓으로 생산도 기술적·운영상 한계에 의해 제한받는다.

골드만삭스는 "금이 사용되는 게 아니라 소유자가 바뀌며 가격이 재조정된다"면서 "금값은 누가 더 보유하려 드느냐, 누가 기꺼이 팔려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통적인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다른 원자재들과 다르다. 일반 원자재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지만 금은 그렇지 않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골드만삭스는 금 구매자를 두 그룹으로 분류한다. 신념형 구매자와 기회형 구매자가 바로 그것이다.

신념형은 중앙은행, 금 ETF, 투기 세력 등으로 가격과 상관없이 금을 사들인다. 기회형은 인도나 중국 같은 신흥국의 가계로 적절한 가격일 때만 금을 구매한다.

기회형은 금값이 하락할 때 하방을 지지해준다. 하지만 가격의 장기 추세를 이끄는 것은 신념형이다. 맨해튼 부동산 시장과 유사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맨해튼의 아파트 수가 거의 고정돼 있고 해마다 새로 짓는 양이 아파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중요한 점은 마지막에 사는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도 두 부류의 구매자가 있다. 신념형은 어떤 가격이든 맨해튼에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부자들이다.

기회형은 가격이 맞을 때만 사고 그렇지 않으면 뉴저지나 브루클린에서 만족하며 사는 이들을 일컫는다.

두 시장 모두 가격은 신규 공급이 아니라 ‘누가 열쇠를 쥐느냐’에 따라 움직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금값의 월별 변동 가운데 약 70%를 신념형 자금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념형 구매자가 순매수로 금 100t을 추가 매입할 때마다 금값은 약 1.7%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금 현물 가격은 약 3330달러(약 460만원)로 연초 대비 27% 상승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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