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전방위 개혁 성과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에서는 초기의 조직 안정화와 내부 결속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과 창출과 미래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른다. 각 금융지주 수장의 재임 연장 배경과 향후 경영 과제, 그리고 업계 판도를 바꿀 전략적 행보를 짚어본다.[편집자주]
2023년 11월 취임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임기 3년 차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2026년 11월까지의 임기를 절반 넘게 채운 현재 KB금융 안팎에서는 양 회장의 리더십과 성과에 대한 중간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취임 초기부터 속도보다는 구조, 실적보다는 시스템을 강조해온 그는 '구조 개혁의 설계자'라는 별칭에 걸맞게 KB금융의 체질을 바꾸는 데 집중해왔다.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이면에서는 비은행 확대, 디지털 전환, AI(인공지능) 실무화, 내부통제 고도화, 글로벌 리디자인 등 전방위 개혁이 진행됐다.
올해 상반기 KB금융은 사상 첫 상반기 기준 순이익 3조4357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성과 성장성을 모두 증명했고 비이자이익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며 체질 개선 효과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화와 글로벌 전략의 성과 가시화, 그리고 양 회장 리더십의 연속성 보장 여부다.
◇3조4357억 '역대 최대'…은행이 끌고, 비은행은 숙제
KB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3조43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76억원) 대비 400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로, 양 회장이 강조해온 '구조 중심 개혁'이 수익 구조 안정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순이자이익은 6조3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5% 이상의 대출 자산 확대가 순이자마진(NIM) 하락(1.98%, -0.12%p)의 영향을 일부 상쇄했다. 주목할 점은 비이자이익의 급증이다.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2조7233억원으로 2680억원 이상 늘어나며 분기 기준 첫 1조원 돌파라는 상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방카슈랑스 및 증권 중개 수수료 확대,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관련 기타 영업손익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2조187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을 견인한 반면 KB증권(-372억원), KB국민카드(-744억원), KB손해보험(-133억원) 등 주요 비은행 부문은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돼 양 회장 체제 하반기의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AI 전환 본격화…250개 에이전트 실전 배치
양 회장은 "AI시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통찰과 실행"이라며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닌 'AI 기반 조직문화' 확산을 강조했다. KB금융은 그룹 산하에 두 개의 '금융 AI 센터'를 운영 중이며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전 계열사에 걸쳐 총 250개 AI 에이전트를 3년간 도입할 계획이다.
이미 RM(Relationship Manager)·PB(Private Banker) 에이전트 등 일부는 현업에 배치돼 영업 및 리스크 분석, 고객 관리 등 실무에 적용되고 있으며 생성형 AI 플랫폼 기반 업무 자동화도 확대 중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AI 거버넌스를 구축해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체계를 먼저 선보였다.
양 회장은 올해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KB에 가야 금융 AI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 AI라고 하면 KB를 떠올릴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임 가능성은? "정무보다 실적"…그러나 변수는 존재
2026년 1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양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실적과 전략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수익성뿐 아니라 리스크관리, 내부통제, ESG, 비은행 포트폴리오 등 전방위에서 균형 잡힌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연임 명분이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의 구조개편(금융위 해체, 감독 이원화 논의 등)과 정권 교체기라는 '정무적 변수'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공존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시점과 맞물릴 경우, 회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보여주기보다 구조"…금융 리더십의 새로운 방향
양 회장은 화려한 언변이나 표면적 실적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중시해 왔다. 디지털·ESG·글로벌 전략에 있어서도 '시장에서 신뢰받는 체계'를 강조해 왔다. 취임 직후부터 "금융의 본질은 자금 중개가 아닌, 사회적 구조 설계에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온 이유다.
그가 말하는 리더의 요건은 "목소리가 아니라 구조, 외형이 아니라 내면, 속도가 아니라 밀도"다. 조용하지만 강한 설계자, 양종희 KB 회장의 리더십은 이제 연임이라는 새로운 분기점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 성장'…핵심은 해외 부문 정상화
한편 글로벌 부문은 여전히 양 회장의 무거운 숙제로 남아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KB금융의 글로벌 부문 순이익은 약 1474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다. 인도네시아 KB뱅크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51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글로벌 부문의 전체 실적을 악화시킨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위험대출비율(LAR)은 2023년 말 40%에서 지난해 상반기 27%로 감소했고 3~6월 기간 영업이익(PPOP)도 흑자 전환됐다. KB는 차세대 전산시스템(NGBS) 도입과 함께 현지 지점 구조조정·부실여신 정리·현지화 전략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3x3 글로벌 전략'도 선진국(CIB), 동남아(종합금융), 미개척시장(핀테크·PE 중심) 등으로 방향이 세분화됐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