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중심의 'M7'이 아니라 '테리픽 20'에 주목
다양한 산업군에 걸친 '테리픽 20' 상승세, 시장의 확산 시사
일각에서는 과열 신호일 수 있다며 '투기적 열기'에 대해 경고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구성 종목 전반에서 주식 밸류에이션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개의 다양한 산업군으로 구성된 이른바 ‘테리픽 20’(Terrific 20)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테리픽 20이란 픽텟자산운용의 아룬 사이 수석 멀티자산 전략가가 명명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시장의 건강한 신호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익 증가가 아닌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 확장에 따른 상승이라면서 ‘투기 열기’를 우려하기도 한다.
시장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집중된 상태다.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제로데이 옵션, 저가주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점도 과도한 낙관론의 징후로 여겨진다.
제로데이 옵션은 만기가 오늘인 옵션을 의미하며 하루 안에 만기가 종료되는 초단기 옵션 상품이다.
일반 옵션은 만기가 월 단위나 주 단위로 설정되는 반면 제로데이 옵션은 매일 만기가 도래한다.
따라서 짧은 만기로 변동성이 크고 낮은 프리미엄으로 거래가 가능하며 단기간에 수익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테리픽 20 종목군에는 금융, 에너지, 산업재, 소비재, 오래되거나 구식인 기술 및 시스템 또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는 레거시 테크 같은 전통적 실물경제 분야가 포괄된다.
사이 전략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브로드컴, 월마트, JP모건, 버크셔해서웨이, 비자,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자회사 GE에어로스페이스 같은 기업들이 현재 MSCI미국지수의 약 17%를 차지한다"며 "이른바 ‘M7’(magnificent seven·환상적인 7개 주식·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의 33%에 이어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많은 종목이 시장 상승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이이지만 실적에 기반해야 한다"며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비싸지면 ‘미국 주식은 일부 예외적인 기업만 고평가됐을 뿐 시장 전체는 아니다’라는 기존의 내러티브는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M7과 달리 시장 참여의 저변 확대를 보여준다. M7의 선행 PER는 4월 저점에서 반등했다. 그러나 2024년 중반, 2023년 중반, 2020년의 고점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S&P500지수의 상위 7개 종목을 제외한 다음 20개 종목의 선행 PER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최근 10년 내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는 시장 랠리가 인기 종목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 심리가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사이 전략가는 "이익 증가 아닌 멀티플 확장으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 과열된 투자심리를 의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문사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스의 창립자이자 메릴린치 수석 전략가 출신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2000년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며 지금도 역시 신기술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 7개 종목 외 주식들의 밸류에이션도 오르고 있지만 시장의 집중도가 여전히 높다고 주장했다.
또 레버리지 ETF, 제로데이 옵션, 저가주에 대한 거래 증가도 지나친 낙관론의 징후로 본다.
이런 경고에도 월스트리트의 전략가 대다수는 단기적으로 큰 조정을 예상하진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전략가는 향후 시장 방향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울리케 호프먼-버차디 글로벌 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에게 "단기적 변동성에 대비해 자본보존 전략이나 분할투자 전략을 고려해볼만하다"고 권했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테마에 기술 발전과 함께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시장환경은 좀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기업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놓고 주가가 상승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전체 시장의 투자심리와 밸류에이션 수준은 계속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