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편강율 등 K-뷰티 브랜드 눈에 띄어
인스턴트 떡볶이·일반라면은 현지 로컬업체 위주
전문가들 "품질·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자카르타 롯데몰 2층의 한국 화장품 코너 매대에 진열된 '조선미녀' 화장품 /사진=김현정 기자
자카르타 롯데몰 2층의 한국 화장품 코너 매대에 진열된 '조선미녀' 화장품 /사진=김현정 기자

인도네시아의 K-한류 열풍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면 중소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특히 K-뷰티는 중소 브랜드들이 한국 고유의 재료와 노하우로 진출하며 현지의 호응을 얻고 있어 고무적이다. 국내외에서 글로벌적으로 통용되는 슈퍼 브랜드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가다.

기자가 지난 1일 자카르타 롯데몰을 직접 방문해 살펴본 결과, K-뷰티에서 조선미녀, 편강율 등의 한방 뷰티 브랜드가 활발히 판매 중이었다. 

조선미녀는 전통적인 한방 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브랜드로 2015년 론칭했고, 편강율은 편강 한의원의 50년 철학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로 2016년 론칭됐다. 

자카르타 롯데몰 2층 한국 화장품 코너 매대에 진열된 '조선미녀' 제품들 /사진=김현정 기자
자카르타 롯데몰 2층 한국 화장품 코너 매대에 진열된 '조선미녀' 제품들 /사진=김현정 기자

다른 화장품 업체들도 저자극·항노화 등을 내세워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코스맥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제조업자브랜드개발생산(OBM) 방식으로 뷰티 브랜드 '원더미스'(WONDERMIS)를 출시했다. 제품 개발 및 생산에 그치는 ODM과 달리, OBM은 브랜드 전체를 개발해 고객사에 납품한다. 원더미스는 고기능성 프리미엄 안티에이징(항노화)을 표방하며, 레티놀 등 관련 코스맥스의 특허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K-뷰티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6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저자극 더마 보습 브랜드 일리윤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온·오프라인 뷰티 채널인 소시올라(Sociolla)에 입점해 있으며 총 55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현지 고객을 만나고 있다. 현지 주력 제품은 대표 보습 라인인 '세라마이드 아토'와 '프레시 모이스춰'다. 현지에서는 제품이 순하고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점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일리윤 브랜드와 함께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브랜드도 선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존 자카르타 중심에서 발리, 수라바야, 반둥 등으로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K-푸드는 기존 롯데·삼양식품 등의 한국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인도네시아 현지 로컬업체의 떡볶이와 라면 제품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자카르타 시내 중심지의 편의점 세 곳에서 매대에 진열된 인스턴트 떡볶이와 라면은 현지 로컬 업체인 무지개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무지개는 현지에서 한식 분식 프랜차이즈로 시작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현지 젊은층과 한류 팬층을 주로 공략한다. 무지개는 한글과 한국적인 디자인을 포장에 적극 활용해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산 제품으로 오인할 정도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무지개의 떡볶이 제품은 현지마트 기준 떡볶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한식 분식 프랜차이즈에서 출발해 인스턴트 식품을 판매하는 '무지개' 브랜드의 떡볶이와 라볶이 제품이 자카르타 시내 편의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김현정 기자
인도네시아 현지 한식 분식 프랜차이즈에서 출발해 인스턴트 식품을 판매하는 '무지개' 브랜드의 떡볶이와 라볶이 제품이 자카르타 시내 편의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김현정 기자

인도네시아 식품회사 인도푸드의 라면 브랜드인 '인도미'(Indomie)도 한글로 쓰여진 '한국라면'이란 제품을 판매 중이었다. 언뜻 보면 한국 업체의 제품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한국적인 포장지가 눈에 띄었다.

인도네시아 식품회사 인도푸드의 라면 브랜드 '인도미'의 '한국라면' 제품이 자카르타 시내 편의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김현정 기자 
인도네시아 식품회사 인도푸드의 라면 브랜드 '인도미'의 '한국라면' 제품이 자카르타 시내 편의점 매대에 진열돼 있다. /사진=김현정 기자 

주류의 경우, 중소업체의 '배소주'가 자카르타 도심 호텔 내 판매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카르타 시내 중심지의 한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통 증류주 '배소주'의 모습 /사진=김현정 기자
자카르타 시내 중심지의 한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통 증류주 '배소주'의 모습 /사진=김현정 기자

한편 현지 진출 선도업체 주최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움직임도 활성화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자카르타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 판로 개척을 돕는 '글로벌 브릿지 인 인도네시아'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중소 브랜드가 동남아 시장에서 통용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K-뷰티의 수출 성장 주역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등 인디브랜드들"이라며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은 미백, 자외선 차단, 가벼운 사용감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ODM(제조자개발생산) 시스템을 활용해 빠르게 현지맞춤형 브랜드를 기획·출시할 수 있는 인디브랜드들이 한국 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현지 유통망과 마케팅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식품의 경우에도, 현지 시장의 취향이나 규정, 유통 환경에 맞춘 맞춤형 전략에 따라야 하므로 현지 업체가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내수 차별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외에서 두루 사랑받는 슈퍼 브랜드의 부재는 아쉽다. 

전문가들은 동남아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깊이 이해하고 강력한 브렌드 정체성과 디지털 마케팅 기반으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다양한 유통 채널에 효과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카르타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편의점 마트의 외부 모습 /사진=김현정 기자
자카르타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편의점 마트의 외부 모습 /사진=김현정 기자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