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경제 '슬립포노믹스'…최신 소비 트렌드로 '인기'
매트·갤럭시링·안마의자…'수면개선기능' 탑재 제품 출시
최근 영국의 한 침구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25년 뒤 영화 '반지의 제왕' 속 '골룸'처럼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영국 침구 브랜드 '밴슨스 포 베드즈'(Bensons for Beds)는 수면 전문가 소피 보스톡 박사와 협력해 하루 평균 6시간 수준의 잠을 잔 여성 '한나'의 2050년 모습을 예측했다. 디지털 렌더링으로 만든 한나의 모습은 악당 캐릭터 '골룸'과 흡사했다. 한나의 얇아진 머리카락과 노화된 피부, 굽은 자세 등은 수면 부족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스톡 박사는 "수면이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잘 알려준다"며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수면 부족은 비만, 심장병, 2형 당뇨병을 포함해 심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에 걸릴 위험을 키운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전세계적으로 밤잠을 못 이루는 민족이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일본과 함께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 수면 시간은 2021년 기준 8시간 27분인데 한국은 7시간 51분으로 일본(7시간 36분) 다음이다.
이에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란 용어마저 생겨났다. 수면(Sleep)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숙면을 위한 소비 트렌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신체 회복과 세포 재생의 시간"이라며 "하루 7~8시간의 충분한 수면은 인지 기능 유지, 면역력 강화, 체중 조절, 피부·내장 기관의 노화 지연 등 다방면에서 저속노화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23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수면 장애를 겪는 국내 인구가 110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증상이 두드러졌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는 노년층 수면 장애의 원인으로 뇌의 노화를 꼽았다.
뇌의 시상하부는 수면, 각성, 생체 리듬, 체온 등 우리 몸의 여러 가지 변수들을 조절하는데, 중추신경계가 노화되면 체온 조절이 안 되고, 자율신경계 조절도 잘 되지 않아 자연스레 수면 방해를 받게 된다. 또한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뇌의 송과체에서 멜라토닌 수면 호르몬 분비가 2030세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얕은 잠을 반복하게 된다.
◇기업들 뛰어든 슬립테크 시장
시장에서는 너도나도 숙면을 제공하는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수면 기술 스타트업 에이슬립(A-Sleep)과 협업해 AI 기반 숙면 기술을 탑재한 '숙면매트'를 선보였다. 이 매트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돼 호흡 소리를 분석하고 수면 단계에 따라 최적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특히 지난 19일 출시한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은 '숙면매트 온수·카본'으로 겨울철 숙면환경을 조성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여름철과 간절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원함을 더했다.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은 '쿨(COOL)·쿨+ 모드'와 '웜(WARM·보온) 모드' 전환을 통해 시원함과 따뜻함을 선사하며, 작동방식에 따라 '에어(Air)'와 '프로(Pro)' 제품으로 구분된다.
'에어' 제품의 '쿨 모드'가 작동되면 '슬립허브'에 탑재된 팬으로 에어컨 등을 통해 시원해진 실내공기를 유입하고, 이를 활용해 물의 온도를 낮춘 뒤 매트로 순환시킨다. 이러한 작동 원리 덕분에 '에어' 제품은 에어컨과 함께 사용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 프로'의 '풀COOL+ 모드'는 '슬립허브'를 통과하는 물의 온도를 스스로 낮춘다.
반도체 냉각 기술을 활용한 '펠티어 방식'으로 슬립허브를 지나는 물을 시원하게 만들고, 이를 매트로 순환시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용 환경에 제약 없이 더 빠르게 매트를 시원하게 할 수 있다.
에어와 프로 모두 기존 '숙면매트 온수' 제품과 동일한 원리로 '웜 모드'를 제공한다. 본체인 '슬립허브'에 내장된 히터로 따뜻하게 데운 물을 매트로 보내 온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은 여름철 에어컨과 함께 사용할 경우 냉방 에너지 사용량은 줄이면서도 쾌적한 숙면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실제로 경동나비엔과 단국대학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에어컨과 '숙면매트 사계절'을 27도로 맞추고 함께 사용할 경우, 에어컨만 25도로 가동할 때보다 수면의 질이 15%나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은 편안하고 가벼운 반지 디자인으로 오랜 시간 착용이 가능한 종합 건강관리솔루션 기기다. 초경량 티타늄 소재(2.3~3.2g)을 적용해 수면 중에도 편안하게 착용하면서 수면 데이터를 장기간 수집한다.
얕은 잠, 깊은 잠, 렘 수면 등 수면 단계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심박수, 피부 온도, 코골이 여부를 자동으로 측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헬스 앱을 통한 맞춤형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고, 일일 수면 점수와 에너지 점수로 연령대별 평균과 비교해준다. 또한 올해부터는 사용자가 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기분 추적, 호흡 가이드, 명상 프로그램 추천 등을 통합 대시보드로 제공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기능도 제공한다.
또한 상반기 내로 스마트싱스 앱 연결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 실내온도, 습도, 공기 질, 빛의 세기 등 수면 환경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최적의 수면환경을 추천하는 기능 등도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하반기 중으로는 삼성 헬스 앱은 수면 습관과 수면 기록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취침시간을 제안하는 기능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수면부터 스트레스까지 케어하는 혁신적인 슬립테크 제품인 안마의자 '힐링미 MX9'를 지난해 9월 선보였다. LG전자 안마의자 제품 최초로 수면 개선과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주는 '브리즈' 특허 음원과 함께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마인드·슬립 케어 코스를 탑재했다. 마인드 케어 코스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명상을 도와주는 브리즈의 뇌파 안정 사운드와 함께 근육이 자주 뭉치는 목, 어깨를 집중 마사지하는 코스다. 슬립 케어 코스는 수면을 도와주는 뇌파 안정 사운드와 가벼운 전신 마사지를 제공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
신제품은 안마 성능도 업그레이드됐다. 내장된 안마볼이 상하좌우, 앞뒤 6방향으로 움직이며 입체적으로 안마하는 것에 나아가, 이번에 추가된 '파워 무빙' 기술로 기존 전신형 모델 대비 분당 주무르기, 두드리기 횟수가 최대 약 1.7배 증가했다. 또한 소음을 줄여주는 완충 장치가 추가되어 늦은 밤에도 약 31dB 수준(조용조용 코스 기준)의 조용한 안마를 즐기며 편하게 휴식할 수 있다.
새롭게 추가된 AI 코스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UP가전, 지문인식 기능도 인상적이다. AI 코스를 이용하면 AI가 알아서 자주 사용하는 안마 코스의 부위, 동작, 강도 및 속도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몸에 최적화된 코스를 제공한다. 제품 구매 후에도 'ThinQ 앱 UP 가전 센터'에서 마인드 케어·슬립 케어 추가 코스 및 음원, 글로벌 코스 5종 등 다양한 스타일의 코스와 음원을 다운로드해 즐길 수 있다. LG전자는 향후에도 안마 코스와 음원 등 새로운 UP 기능을 지속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지문 인식도 가능해 지문 등록 후 체형을 인식시키거나 원하는 코스를 저장하면 다음 사용 시에도 추가 센싱 없이 빠르게 개인 맞춤형 안마를 받을 수 있다.
LG전자는 올해 1월에는 공감지능을 갖추고 구독 서비스가 가능한 안마의자 'LG 힐링미 오브제컬렉션 안마의자 아르테UP'도 새롭게 출시했다. 사용자에게 꼭 맞춰진 안마코스를 알아서 설정하는 AI 기술과 함께, 3~6년 기간을 골라 사용하는 구독 케어 서비스가 결합됐다.
◇사운드 힐링도 인기…오디오·싱잉볼 테라피
음악처럼 감상하며 아름다운 음파 선율이 선사하는 힐링 프로그램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 뮤직은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과 협력해 새로운 오디오 웰니스 기능인 '사운드 테라피' 기능을 선보인다. 청취자들이 집중력 향상, 심신 안정, 수면 개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맞춤형 사운드를 제공한다.
애플 뮤직 앱 내에서 포커스, 릴렉스, 슬립 등 3가지 사운드 테라피 플레이리스트를 이용할 수 있다. 각 플레이리스트는 특정한 뇌파 반응을 유도하는 오디오 비트나 컬러드 노이즈를 활용해 청취자들에게 최적화된 사운드를 제공한다.
애플은 감마파와 백색 소음(모든 주파수를 결합한 우주 소리)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며, 세타파는 휴식을, 델타파와 핑크 노이즈(부드러운 빗소리나 바람 소리)는 수면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애플 뮤직을 구독하면 사운드 테라피를 이용할 수 있다.
싱잉볼 힐링도 인기를 끈다.
청와대재단에서는 5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 '느리게 걷는 청숲길' 프로그램을 통해 싱잉볼을 활용한 명상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약 50분 동안 청와대 내 문화유산을 감상하며 산책을 즐긴 뒤, 대통령과 가족들의 휴식 공간이었던 관저 앞마당에서 약 1시간 동안 싱잉볼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진정한 쉼을 경험한다.
국립민속국악원은 다음달 5일 제1회 국악의 날을 맞아 싱잉볼 체험을 포함한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이날 오전 광한루원에서 국악 명상 프로그램 '숨 쉬는 정원'을 열고 사운드배스 요가, 보이스 힐링, 싱잉볼 체험 등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국악 연주와 함께 제공한다. 오후에는 예원당에서 기념 공연 '다듬고 가꾸어 잇고 있다'를 펼친다.
성인 일반인 대상으로 회차당 30명 선착순 모집하며 23일 오후 6시까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6월 12일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호텔이나 미술관에서도 싱잉볼 콘텐츠와의 협업이 두드러진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선셋 요가, 싱잉볼 명상 등 제주의 자연을 활용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2025년 우수 웰니스 관광지 '스테이' 분야에 선정됐다.
서울 송파구 소재 소마미술관은 배우 아키바 리에와 전시 참여작가 송미리내, 다문화 가정이 함께 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 '굴러온 돌, 박힌 돌'에서 아키아 리에의 남편인 이재학 음악감독의 싱잉볼 음계 명상 음악을 선보인다. 이 전시에서 참가자들은 자연 돌을 소재로 요가와 명상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갖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소마미술관의 이번 기획전 '공원의 낮과 밤'은 올림픽공원의 생태적 환경과 더불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조명하는 전시로, 강현아, 권다예, 나점수, 박문희, 소수빈, 송미리내, 정재희, 홍이카 등 총 8인의 작가가 드로잉, 회화, 입체, 사진, 영상 등 200여 점의 신작 및 아카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31일까지 계속되며,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매월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수면의 질이 낮으면 자외선·환경 등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회복이 느려지고 피부 노화가 빨라진다"며 "적정 수면 시간을 꾸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너무 적거나 많아도 건강에 해롭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