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7조 공급계획에도 총량규제·조달비용 부담 가중... 실효성 확보 과제
금융 소외계층과 중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 정책이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저축은행과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연 37조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 공급을 목표로 규제 인센티브와 보증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총량규제, 조달금리 상승, 연체 리스크로 인해 공급 여력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정부는 중금리 대출과 정책서민금융(햇살론 등)을 합해 약 49조원 규모의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통한 중금리 대출은 전년 대비 3조8000억원 늘어난 36조8000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예대율 산정시 중금리 대출 일부를 제외해주는 규제 인센티브, 보증 확대(사잇돌대출), 지방 공급 가점 부여 등 다양한 정책을 병행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는 있지만 공급 여력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 저축은행에서 중금리 대출이 신용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첫 번째 장벽은 총량규제다. 그 "제도상으론 풀어준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풀렸는지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달금리와 연체 위험이다. "예를 들어 연 18%까지 대출 가능한 고객이 있어도 기준금리가 2% 오르면 조달원가가 20%를 넘는다. 그럼 19%에 공급해도 '중금리 대출'로 인정받지 못하니 공급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처럼 금리 상한제, 원가 상승, 리스크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공급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중금리 대출 이용자 중 상당수는 은행권에서 거절된 고객이 유입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는 은행에서 대출 받아야 할 사람들이 중금리 상품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며 시장 전체의 대출 여건 악화가 저축은행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됐다.
이는 은행권의 대출 심사 강화 기조와 맞물려 저축은행이 사실상 '대안 금융 채널'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최근 수년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고DSR 규제 적용 등으로 은행권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기존에는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중간 신용 등급(4~6등급)의 차주들이 저축은행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본래 고신용자는 아니더라도, 저축은행이 감당해야 할 수준의 리스크를 가진 차주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은 '은행에서 탈락한 고객을 받아야 하는 구조'임에도 중금리 대출 금리상한·연체율·자본규제 등은 그대로 적용되는 이중 부담에 놓이게 됐다.
저축은행 업권 내 양극화도 문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기반 대형 저축은행과 지방 중소형사 간 자산·영업 역량 격차가 커지면서 업권 내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복수 영업권을 가진 대형사와 단일 지역 중심의 중소형사 간 수익 기회 차이가 누적되면서, 같은 정책을 적용받더라도 실질적 공급 능력은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에 발표한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에서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비수도권 대출 가점제, 중금리 대출 실적 인센티브 부여 등을 도입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금리 대출을 저축은행이 중심이 돼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를 주요 타깃으로 설정해온 금융기관으로, 비대면 대출 플랫폼과 신용평가 역량(CSS)을 갖춘 몇 안 되는 중신용 특화 공급자다.
시중은행이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역할 없이는 정책 목표인 금융 포용 확대 실현이 어렵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채산성 악화 구조, 규제 부담, 공급 유도만 있는 정책 구조 아래에서는 중금리 대출이 저축은행에도 '손해 보는 장사'가 되기 십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증이 붙은 상품은 공급이 원활하지만, 보증이 없고 연체 위험이 큰 중금리 대출은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다"며 "정책보증 확대, 실적 연동 인센티브 강화, 총량규제 재설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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