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거버 "테슬라 브랜드에 이미 타격"…"복귀도 별 효과 없을 것"
"로보택시 서비스 일정 믿지 않아"…"승차 호출 서비스도 어려운 비즈니스"
"테슬라, 지금 하향 곡선 그리고 있어"…테슬라 주식 계속 매도 중
지난주 투자자들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백악관 활동을 줄이고 테슬라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테슬라의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지난 22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이후 25일까지 테슬라 주가는 20% 급등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이 지속적인 회복의 시작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머스크 CEO는 비공식적인 정부효율부 수장 역할을 맡으면서 테슬라 브랜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치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효율부가 주도한 연방 정부 공무원 감원 같은 논란 속에서 투자자들은 올해 테슬라 브랜드 손상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1분기에 테슬라 불매운동과 시위가 확산하고 미국과 해외 모두에서 차량 인도량과 판매 실적 부진으로 22일 실적 발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줬다.
자산운용사 거버가와사키의 창업자이자 CEO로 테슬라 장기 투자자인 로스 거버(사진)는 25일자 경제 전문 인터넷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머스크 CEO의 약속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잘못된 것이라면서 그의 복귀가 테슬라 비즈니스에 되레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 본인이 여전히 큰 문제라는 것이다.
거버 CEO는 "테슬라 브랜드가 이미 타격을 입었다"며 "머스크 CEO가 정부효율부 일에서 한발 물러선다 해도 별 소용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더 이상 상승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자 실망한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CEO 복귀를 간절히 바랐다.
당시 경제 매체 CNBC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너스 애널리스트가 투자자 24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85%는 머스크 CEO의 정치활동이 테슬라의 사업 펀더멘털에 ‘부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실버불레틴에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53.4%가 머스크 CEO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39.2%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거버 CEO는 테슬라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머스크 CEO의 복귀가 테슬라 브랜드에 추가 타격을 입히고 전기차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버 CEO가 실망한 것은 테슬라가 자체 설정한 일정 목표조차 자주 지키지 못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출시 지연된 ‘세미 트럭’과 2세대 ‘로드스터’를 꼽을 수 있다.
거버 CEO는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선보일 로보택시 서비스 일정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로보택시가 사람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출퇴근 거리인 3마일(약 4.8km) 구간에서는 웨이모의 자율주행 차량이 훨씬 나은 성능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거버 CEO는 로보택시의 사업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승차 호출 자체가 어려운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기존 승차 호출 네트워크들은 순이익률이 10% 정도 수준이다. 이는 테슬라 자동차 사업의 중반대 이익률보다 낮은 수치다.
그에 따르면 테슬라의 기업 가치는 떨어져야 한다.
현재 테슬라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 150배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테슬라 실적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테슬라의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밸류에이션으로는 테슬라 주식 매수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거버 CEO는 "판매량이 늘 것 같지 않다"며 "자동차 부문 매출이 20%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테슬라가 지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머스크 CEO가 회장직으로 물러나고 새로운 CEO에게 일상 경영을 맡겨 브랜드 이미지 회복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2월 인터뷰에서도 "머스크 CEO가 일상 운영에서 완전히 손 떼는 것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색 없는 CEO가 맡아 브랜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거버 CEO는 테슬라 주식을 계속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의 테슬라 주가 상승을 또 다른 매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