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美증시 변동성, 中시장 돋보이게 만들어"
美경제 우위 트럼프 정부 아래서 약화…소비자 심리와 증시 성과에 영향
투자자들, 美증시에 대한 우려로 中주식 매수 다시 고려
중국의 기술발전과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 중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
대형 금융 서비스 업체 씨티그룹에서 이른바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미국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특별한 국가라는 생각)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지금이야말로 미국 주식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중국 주식을 매수할 시점이라는 보고서가 10일(현지시간) 나왔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도 씨티보다 앞선 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글로벌 뮤추얼 펀드가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과 투자 확대를 다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씨티는 미국 주식의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중국 주식을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 미국의 경제적 우위가 약화했다는 분석에서다.
관세정책과 연방 정부 공무원의 대규모 해고 조치로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에 델타항공 같은 주요 경제지표 기업들의 경영진은 성장둔화가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크 윌러 글로벌 거시·자산배분 부문 글로벌 헤드가 이끄는 씨티의 전략가팀은 지난 7일 발표된 2월 고용보고서를 언급하며 "트럼프 2기의 신설 ‘정부효율부’(DOGE)가 주도하고 있는 공무원 감축, 자발적 퇴사 증가, 그리고 경기둔화 본격화로 이번이 마지막으로 강한 고용보고서일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투자자들은 유럽 및 기타 지역의 성장 전망을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해당 지역의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씨티의 전략가들은 미 증시가 약 10% 하락한 점이 차익실현을 시작할 충분한 이유라고 판단했다.
윌러 헤드는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주가 장기적으로 반등하리라 보지만 향후 3~6개월 동안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큰 그림에서 볼 때 AI 버블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진 않는다"며 "AI 테마가 지속하는 한 미국이 중국과 함께 주요 선두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향후 미국에서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중국 주식의 투자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과 관련해서는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深度求索)가 이룬 기술적 돌파구에 대해 언급하며 "중국 기술이 서방의 기술 최전선 혹은 그 이상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씨티의 전략가팀은 보고서에서 최근 몇 주간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각각 인상적인 AI 모델을 발표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올해 들어 홍콩 항셍 기술지수는 약 32% 급등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의 주가는 각각 66%, 27%, 12% 상승했다.
게다가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술 부문 지원 기조를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리스크에도 지금이 중국 주식의 매수 적기라고 분석했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장기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 자본시장 거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미 증시의 약세와 변동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포트폴리오 배분은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운만큼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동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중국의 기술 혁신과 규제 불확실성 감소로 중국 주식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MSCI 중국 지수의 상승률은 선진국 및 신흥시장을 10% 이상 능가했다.
골드만삭스는 홍콩에 상장된 H주와 중국 본토의 A주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짐에 따라 중국 증시의 강세가 둔화하고 차익실현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현재 중국 증시의 랠리가 지난해 9월 중국 지도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촉발된 단기 반등과 다르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해 9월의 정책변화는 증시의 하방 리스크를 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기술 분야의 발전은 ‘게임 체인저’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중국 기술주 상승세의 주요 원인은 딥시크의 경쟁력 있는 AI 모델 출시 덕이다.
이런 발전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규제 압박 아래 놓여 있던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는 서구 기업들이 장악해온 자본집약적인 AI 개발 분야에서 중국 기술이 심각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판단이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최신 기술혁신은 미시적이고 혁신 주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수익과 밸류에이션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유동성 및 정책 기대 재평가로 촉발된 반등보다 더 지속가능한 회복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