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빅배스로 해외 사업장 예상 손실 일시에 반영
올해 실적개선 예상…회사측 올해 1.2조 영업익 전망
작년 4분기 1조7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건설을 두고 증권업계가 잇달아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에 더해 상당수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등 기대감마저 드러내고 있다. 실적이 바닥을 확인한 데다 해외 사업부문의 비용을 상당수 손실로 선반영하면서 오히려 실적개선이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 현재 현대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62%(1600원) 3만50원을 기록중이다. 현대건설 주가는 작년 4분기 실적 부진 우려로 12월 9일 2만41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규모 영업손실 실적을 발표한 전날 주가는 9% 이상 급등했고, 이날도 상승세를 타면서 3만원 선에 안착했다.
작년 4분기 현대건설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조733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4분기 부진 영향으로 현대건설의 지난해 전체 연결기준 매출액은 32조6944억원, 영업손실은 1조2209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10.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7854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현대건설이 연간기준 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2001년(3826억원 영업손실) 이후 23년만이다.
이는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진행중인 해외 사업장에서의 비용을 선제적으로 손실로 처리하는 빅배스(Big Bath)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하나증권은 현대엔지니어링에서 1조5000억원, 현대건설에서 40000원의 비용이 발생해 이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건설중인 인도네시아 발릭파판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 진행중인 사우디 자푸라와 마잔현장 비용이다.
증권사들은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한 데 이어 목표주가까지 상향 조정 중이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약 8.6% 상향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속이 시원하다'였다.
또 신한투자증권은 기존 4만원에서 4만5000원으로, IM증권은 4만원에서 4만2000원으로 높였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3만7000원→4만원), 하나증권(3만6000원→4만원), KB증권(3만7000원→4만1000원) 등도 상향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3년 만의 분기 영업손실을 통해 2025년부터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시성을 높였다"며 "실적 불확실성이 걷히며 묻혀왔던 해외원전, 브릿지론 축소 노력 등이 현실감 있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그간 현대건설이 건설업황 부진에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던 건 소극적인 손실 처리가 이유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번번히 지연되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혔다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영업적자는 의미가 있다. 2025년부터 시작될 실적 턴어라운드와 체질 변화를 말이 아닌 숫자로 분명하게 보여주겠다는 회사의 강한 의지가 읽히기 때문"이라며 "과감한 손실처리로 향후 실적 가시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반갑다"고 덧붙였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잠재적 비용 반영 및 규모에 대한 무지(無知)가 해소됐다"면서 "특히 지속적으로 마진을 깎아 먹었던 해외 현장에서의 비용 반영은 올해부터의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줬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연결 기준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액 30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현대건설 14조원, 현대엔지니어링 15조800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현대건설이 4439억원, 현대엔지니어링 6331억원, 기타 1058억원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빅배스로 2025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고, 2025년의 영업이익 가이던스 1조2000억원은 매우 고무적인 숫자"라면서 "3월로 예정돼 있는 CEO Investor Day도 주가에 긍정적인 흐름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작년 4분기의 빅배스가 국내 주택이 아닌 해외 현장 위주였다는 점에서 올해 영업이익 가이던스는 보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 업황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