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하면서 미리 달러에 돈을 묻어놨던 개미투자자들은 남몰래 웃었다. 고환율로 외환보유고 우려가 높아지고 국민연금 등이 환율 변동 방어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진작부터 달러화 예금을 들어놨던 투자자들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이 두달 연속 감소했다. 11월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달 대비 5억4000만달러 줄어든 98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을 말한다.
통화별로는 달러화 예금이 826억3000만달러로 전달보다 1억1000만달러 줄어들었다.
그만큼 개인과 기업들의 차익 실현이 많았다는 뜻이다.
◇외화예금이란
외화예금은 미국 달러, 유럽연합 유로, 일본 엔, 중국 위안 등 십여 국가 이상의 통화로 보통예금‧정기예금을 가입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은행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이며, 개인과 기업이 국제 거래나 환율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에 따라 호주 달러 등을 취급하기도 한다.
금리는 일반적으로 원화예금보다 낮으며 국제 시장금리와 해당 통화 국가의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가 변동된다.
외화 예금액은 환율에 따라 원화 환산 가치가 달라진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예금 가치가 늘고 반대는 줄어든다. 최근처럼 환율이 1400원대를 돌파한 상황에서는 달러화 예금 잔액의 가치도 증가하게 된다.
외화예금은 예금자보호도 받을 수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최대 5000만원(원화 환산)까지 보호받는다.
세금도 원화예금과 동일하게 이자소득세와 주민세가 부과되지만, 환차익에 대한 과세를 따로 부과되지 않는다.
발빠른 개미투자자들은 달러화 예금에 돈을 묻어놨다가 최근의 환율 급등을 틈타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다. 환율의 추가 상승을 노리고 최근 달러화 예금에 올라타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559억3900만달러(81조2000억원)으로 전달 말 대비 5조2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재테크의 신' 달러예금
특히 미국 달러화 강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과거 사례를 되돌아보면, 환율 급상승기에 달러화 예금이 큰 수익을 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800원에서 2000원 가까이 치솟으면서, 당시 위기를 예상하고 달러를 보유하거나 달러화 예금을 든 투자자들은 큰 환차익을 얻었다.
가령 외환위기 전 1만달러를 보유하던 투자자는 위기 후 원화 가치가 8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크게 늘면서 높은 환차익을 거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 원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2007년 930원에서 2008년 말 1570원까지 급등했다.
이에 달러화 예금을 들어놓은 투자자들은 50% 넘는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집계된다.
2019~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달러 수요가 크게 늘었고, 원‧달러 환율이 2020년 초 1150원 수준에서 1280원 이상으로 상승했다.
당시 해외 투자를 준비하거나 환율 리스크를 대비해 달러화 예금을 유지했던 개인과 기업들은 환차익을 얻었다.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1440원까지 올랐다. 이에 대비해 미리 달러화 예금에 든 투자자들은 수익을 거뒀다.
◇외화예금 가입 시 주의할 점
외화예금은 해당 통화의 가치가 원화보다 상승하면 이익이지만, 반대로 원화보다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가령 1달러가 1300원일 때 예치했는데 만기 시 환율이 1200원이라면 환차손이 발생한다.
따라서 환율이 낮을 때 외화를 매수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은 통화에 투자해야 한다.
외화예금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원화예금보다 낮다. 특히 글로벌 기준금리가 낮은 미국 달러나 일본 엔과 같은 통화는 금리가 거의 없거나 매우 낮은 수준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기예금 상품도 금리가 연 1% 미만일 수도 있다.
외화예금을 거래할 때 환전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입할 때 수수료 우대 혜택이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최근 환율 하락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기준금리가 50%까지 치솟은 튀르키예 리라 등 특정 국가의 통화가 경제위기로 폭락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특정 통화에 집중 투자했다가 해당 통화의 가치가 급락할 경우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다양한 통화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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